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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석 감독曰 "내 이끼를 깔테면 까라.." ?! └ 한국영화들

매주 토요일 오전에 즐겨보는 영화 관련 프로그램중에 스브스에서 방송하는 '접속 무비월드'라는게 있다. 물론 많은 이들이 알고 있고, 영화팬이라면 빼놓지 않고 보는 프로그램중 하나 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 코너중에 제일 재미난 것 중 하나가 바로 '영화는 수다다'라는 코너다. 내가 보기에 문화계의 진중권?이라 말하고 싶은 '김태훈' 칼럼니스트와 조근조근 하면서도 영화를 제대로 까는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이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면서 둘이 만담식으로 영화를 보면서 좋은점도 이야기하고, 때로는 까기도 하고 마지막에 평가를 내리는 방식인데.. 물론, 출연 배우를 섭외해서 그들만의 수다를 스튜디오에서 질퍽하게 나누곤 한다. 그런데, 오늘(17일) 방송된 회차에서 바로 이번주에 개봉한 영화 <이끼>의 강우석 감독과 배우 정재영이 출연했다. 감독까지 나오다니.. 아마도 강감독이 할말이 많지 않았을까 싶은데.. 역시나 터지고 말았다. 그것도 이동진에게 크게 한방 먹였다. 아래 그림처럼 말이다. ㅎ

그래서 그들이 떠든 수다를 있는 그대로 대화체로 나름 정리해 보았다.
그냥 재미로 봐주시길 바라며.. 각 수다는 출연자의 성이 모두 달라, 성으로만 대체해서 썼다.



먼저, 두 남자 김태훈과 이동진이 함께 이 영화의 대략적인 줄거리를 소개한다. 어느 한 남자가 아버지의 부고소식을 듣고 마을에 찾아오고, 장례를 치른후 아버지 죽음에 의심을 품게 되면서 마을에 칩거하게 된다. 그러면서 그 마을에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르는 듯한 이장과 그의 심복들.. 그러면서 하나하나씩 (그들의) 비밀을 풀어나가는 스릴러 영화라고 간략히 소개했다. 뭐.. 이 영화를 본 사람이나 안 본 사람이나 워낙 유명하게 홍보되고 있어서 이 줄거리는 다 알 정도다. 그리고 화면이 바뀐뒤 짜잔! 강감독과 정재영이 출연했다.

강감독이 먼저 대놓고 말문을 연다.
 
강 : 우연히 이 영화를 투자해 달라.. 그래서 만화가 한 권 왔는데.. 사실 거절할려고 봤죠..  그런데, 만화가 저한테 너무 좋은거예요.. 신선하고, 그래 이 영화를 한번 해보자.. 투자해줄게 했죠. 그런데, 감독을 누굴 시킬까 계속 감독 후보 명단이 올라오는데.. 제가 다 안돼! 안돼!라고 했어요.

김 : 심지어 박찬욱 감독과 봉준호 감독도 명단에 거론이 됐었다고 하던데요?
강 : 아.. 그것은 네티즌들이 강우석 감독이 찍지말고 박찬욱, 봉준호를 시켜라! 왜 당신이 찍어서 원작을 망치려고 그러느냐고 했죠.. 처음으로 아마 영화를 만들기 전부터 욕먹은 1호 감독인 셈이죠. 아무것도 안 했고, 그냥 찍겠다고 얘기만 했는데 말이죠..

이 대략난감한 분위기에.. 이때 옆에 있던..
정 : 감독님, 저랑 비슷하셨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이 : 정재영씨도 싱크로율이 너무 낮다고.. 왜냐? 원작의 노인 이장 모습과 좀 달라보이니까..
김 : 그런데, 머리를 미신 겁니까? 뽑으신 겁니까?
정 : 밀었죠. 삭발해서 매일 매일 면도를 하고.. 분장도 3시간 가까이 걸렸죠.

김 : 저는 배우들이 지금보다 돈을 많이 받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 : 고맙습니다. ㅎ
김 : (감독을 쳐다보며) 이번에 많이 안 주셨나봐요?
강 : 연기력에 비하며 굉장히 많이 준 거예요.  ㅋㅋ

정: 제가 천용덕 이장역을 하면서 캐스팅에 대한 논란과 부담감이 참 많았고, 정말 큰 벽에 부딪친 그런 느낌이었는데.. 영화를 찍는 게 배우들이 항상 벽을 파다가 어느 정도 되면 다 파서 이제 좀 익숙해지고 그 인물에 많이 적응이 되거든요. 그런데, 이번 영화 같은 경우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벽만)파다가... "잘 파고 있나요, 감독님?" 하면 "잘 파고 있어 계속 파! 날 믿고 계속 파!" 근데, 저 쪽 벽을 못보고 그냥 촬영이 끝나고 말았어요. <- 그만큼 연기가 힘들었다는 애교섞인? 토로..

이 : 정재영씨 연기를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데.. 연기를 뭐랄고 할까요.. '일상적인 악'이라고 해야 될까요? 그래서 생활의 뉘앙스가 무척 많이 들어갔는데.. 구체적으로 영화에서 보면 그런 연기들이 몇 가지가 있으시잖아요?
김 : 맞고 치시면서 깡먹는 장면이 인상적이었고..
이 : 요구르크를 먹는 장면이라든지 그것도 마지막까지 쪽쪽 빨아먹는다던지, 또 이를 닦을때 이만 닦지않고 혀까지 깊숙이 닦는다든지 말이죠.
정 :  아.. 그런건 감독님이 즉흥적으로 생각하신건데..
강 : 그 말 안했으면 중간에 끼어들려고 했는데.. 그거 다 제 아이디어예요. ㅋㅋ
정 : (요구르트) 빨아먹는 것만 제가... ㅋㅋ

김 : 상대편의 어떤 연기중에 봤을때.. 정말 느낌이 왔었다 하는 장면이 있으시다면..
정 : 유해진씨가 나중에 저를 배신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것을 제가 현장에서 직접 봤거든요. 정말 영화보다 실제로 현장에서 봤을 때가 더 크게 와 닿았어요. 감독이 첫 카트 오케이 하자마자 박수가 터졌죠.

이 : 이 영화에서 정말 인상적인 장면 중 또 하나가 김상호씨가 등장하는 마지막 장면들이에요. 그 장면이 무시무시하단 말이죠.
강 : 백주대낮이고, '정말 여기서 공포란 어떤 것일까?'를 생각했는데.. 그래서 뛰는 장면에서 관객이 봤을 때는 안 뛰는데 본인은 뛰는 듯한 걸음으로 가자! 좀비처럼.. 대신에 눈빛에 최대한 힘을 실어보자! 라고 했던 기억이 나는데.. 어쨌든 그 장면 찍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공포는 꼭 어두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밝음에 과연 어떤 행위들을 하는가.. 또 어떤 형태로 지금 쫓기고 있는가가 훨씬 더 무서울 수 있다! 라는 거죠.

김 : 이야기를 이렇게 나눠볼수록 어떤 생각이 드느냐 하면요.. 강 감독님은 '승부사'라는 표현이 오히려 잘 어울릴 것처럼 그때 승부수가 감독님으로서 어떤 힘을 느끼게 하는 그런 부분이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 립서비스 차원? ㅎ
듣고 있던 정 : 이 코너가 약간 깐죽거리는 코너로 알고 있는데.. 너무 칭찬만..
이 : 하하하..
김 : 아... 아닙니다.



그리고, 화면이 어두워지고 드디어 왔다. 기다리던 까는 시간?

이 : 일단 제가 감독님한테 갖고 있는 의문이나 아쉬움이 뭐냐면 말이죠.. 미장센(영상 속에 나타나는 화면의 구성, 구도)이라는 말을 쓰잖습니까.. 그런데, 영상이라는 것이 이야기랑 서로 충돌하는게 아니거든요. 영상이 좋으면 이야기가 훨씬 더 탄력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인데.. 상대적으로 (미장센에) 이쪽으로 신경을 덜 쓰시는 것 같단 말이죠.
강 : 아.. '실미도'때 아마 이동진씨가 평을 '촌스러운 화면'.. 뭐 이렇게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동진을 가리키며) 제가 워낙 글(영화평)로 많이 당했기 때문에...
이 : 죄송합니다. ㅎㅎ

강 : 그런데, 이번에는 어찌됐든 칭찬을 듣고 싶었다. <이끼>는 17번째 영화 중 유일하게 그 점에도 (미장센에) 신경 써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찍은 영화였어요.
김 : 그렇다면 16번째까지는 그림에 신경을 안 쓰셨다는 것인가요?
강 : 솔직히 고백을 하면.. 제가 미술적인 감각이 진짜 없어요. 그러니까 오로지 드라마와 배우 연기만 본 거예요. 그래서 촬영 감독한테 나 잘 모르니까.. 알아서 찍어줘라.. 이거는 앞으로도 제가 욕먹으면 촬영 감독이 욕을 먹어야 되는 게 아닌가..

나머지 셋다 : ㅎㅎㅎㅎㅎㅎㅎㅎㅎ
강 : 왜 제가 이 욕을 먹고 있는가.. 앞으로 좋은 카메라맨하고 일하겠습니다. ㅎ
김 : 거장이십니다.
나머지 셋다 :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 : 이 영화에서 좀 의외인 면이 있어요. 이 영화를 만약에 훨씬 더 대중적으로 큰 파급효과를 가져오려면 158분으로 만들면 안 되거든요.
강 : 제 자찬일지 모르지만 저는 흡인력이 충분히 있다고 봤어요. 이게 길지만 분명히 오래 상영하면 관객 동원 수는 똑같다. 지금 다시 나한테 200만명 (관객이) 더 볼 테니까 타임을 줄여 달라고 해도.. 전 못 줄입니다. 조금 관객이 덜 들더라도 그냥 이 상태로가 최선을 다한 영화였다로 만족하고 싶네요.

이 : 제가 이 질문은 2개월 뒤에도 다시 한번 여쭤보겠습니다.
강 : 혹시 2개월 뒤에 사람이 너무 많이 들어가지고.. 저한테 미안하다고 전화를 할 지도 모르죠.
나머지 셋다 :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제 강감독과 정재영이 빠진 뒤.. 두 사람의 평만을 남겨둔채..

김 : 음.. 이 영화에 대한 별점과 한줄 정리를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 네.. 이 영화에 대한 제 별점은 세개 반입니다.
김 : 으.. 반 개만 더 주시지..
이 : ㅎㅎㅎ
김 : 한 줄 정리는 어떻게 해주시겠습니까..
이 : 158분을 달리고도 소진되지 않는 에너지.. 라고 하겠습니다.
김 : 허.. 하튼, 이 영화에 대해서 네티즌들이 박찬욱 감독이나 봉준호 감독이 맡았으면 좋겠다 라는 의견들이 있었단 말이죠.. 그래서 전.. "강우석 안에 봉준호 있다." 로..
이 : ㅎㅎㅎ.. 그런데, 왜 난 "강우석 안에 영구 있다"로 들리지..
김: ㅋㅋㅋㅋㅋ


이렇게 '영화는 수다다'의 코너를 통해서 최신 화제작 <이끼>의 수다를 들여다 보았다. 여기서는 영화의 내용보다는 영화 외적인 제작때부터 욕먹은 사연속에 강우석 감독이 부족했던 미장센 연출의 자질?문제까지.. 또 정재영 배우의 캐스팅 논란과 그만의 연기 고충들.. 그리고, 두 영화 평론가들이 어려운 자리임에도 까듯 추켜세우는 나름 재밌게 영화를 소개해 준 자리가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영화를 먼저 접한 나로써도 재밌는 수다였고 네 사람의 수다를 보고 나니.. 

또 다시 생각드는 내 나름의 평은 이거다. 역시나 '이끼'는 까임과 안까임의 대척점에서 묘한 대중성을 띄며 인간의 '이끼' 낀 욕망을 다룬 드라마적 분위기에 강도는 약한 스릴러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물론 생각은 자유고, 평가는 각자 마음대로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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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정의의소년 2010/07/18 07:22 # 답글

    앞으로 강우석 영화는 안볼라구요. 시대를 뛰어넘지 못한 감독입니다. 90년대의 강우석만 좋은 평가로 남을 수 있을듯;; 스스로 연출한 '이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거 같던데;; 좀 개어이가 없음...
  • 엠엘강호 2010/07/18 12:59 #

    네.. 감독도 시대의 변화에 맞게 변해야 하는데.. 저기 인터뷰에서도 자신은 그런 미장센에 신경을 안썼다고 했죠. 그러다보니 21세기형이 아닌 전작들처럼 90년대에 머문 코믹액션 대중영화로만 승부를 해왔는데.. 하지만 이번의 '이끼'는 여러모로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 영화이긴 합니다. 비록 호불호가 이렇게 갈리지만서도..

    감독 스스로 최선을 다했기에 이런 자부심도 나오는게 아닌가 싶네요. 그러면서 "그래.. 이끼를 깔테면 까라.."식으로 왜 봉준호, 박찬욱이 만들었으면 더 낫다고 생각하는지 이참에 영화팬들에게 강경하게 포문을 연 것이라 봅니다. 그래야 어필이 더욱더 될 수 있기에 말이죠.. 안티까지도..ㅎ
  • 쑴쑴쑴 2010/07/18 13:08 # 답글

    정리 잘하셨네요.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 엠엘강호 2010/07/18 13:33 #

    네.. 정리하는데 나름 시간 좀 걸렸습니다. 여튼, 재밌게 읽으셨다니 고맙습니다. ^^
  • 츄플엣지 2010/07/18 17:41 # 답글

    미장센이 약하다... 스스로의 단점을 알고 있고, 바꾸려고 하는 군요.

    저정도 위치가 되면 자신의 약점을 수긍하기도 쉽진 않을텐데,

    쿨해 보입니다.
  • 엠엘강호 2010/07/18 19:28 #

    네.. 강감독 위치라면 어느 정도 되기에.. 어찌보면 저런 자리에 직접 나왔다는게 작심하고 무언가 어필할려고 나왔다는 의미겠죠.. 그러다보니 '이끼' 제작단계부터 연출까지 까이고 부족한 것을 시인하면서.. 그래도 난 최선을 다했다. 많이 안와도 좋다. 하지만 즐겁게 봐주길 바란다 정도.. 여튼, 강감독의 또 다른 면을 본 자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 백화현상 2010/07/18 18:04 # 답글

    뭐, 나름 괜찮은 감독이긴 합니다.

    그러나, 그 만큼 한계도 뚜렷한 감독이지요.
    '이끼'를 '공공의 적'으로 재해석 했다는 느낌이 자구 들더군요.
  • 엠엘강호 2010/07/18 19:37 #

    네.. 저도 우리 영화사에 그간의 공?이 있는지라 좋게 보는 감독이긴 합니다.
    하지만, 말씀처럼 그만의 한계가 분명이 존재하고 지금 시대에 맞지 않는 세련된 연출등이 부족한게 사실이죠.. 여기서 봉준호와 박찬욱 얘기가 나오는 것이고, 저기 인터뷰에서 인정하듯이 말이죠. 그런데, 그게 실은 쉽지가 않죠.. 촬영감독 몫으로 돌린다고 우스개 소리를 했습니다만.. ㅎ

    더군다나 이번 '이끼'는 분명 원작의 아우라와 비교돼서 많이 까이고 있다는 점이다. 원작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강감독의 '이끼'는 원작과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그만의 대중적인 요소로 드라마화시켜 강도는 약해도 볼만한 농촌스릴러가 아니었나 봅니다. 물론 평가는 각자 몫이고요.. ㅎ
  • 완득이 2010/07/18 21:48 # 삭제 답글

    저도 이 코너 좋아하는데 놓쳤었습니다. 이끼에 대한 너무 큰 기대때문에 저도 조금 실망이 있었는데...오늘 출발 비디오 여행에 정재영씨 인터뷰와 분장 모습등을 보면서 조금 미안해지더라구요. 어쨌거나 배우들의 열연엔 박수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잘 읽고 갑니당.ㅎㅎㅎ
  • 엠엘강호 2010/07/18 22:30 #

    네..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볼만한 코너중에 하나죠.. 둘다 영화보는 식견이 대단한지라..ㅎ 그런데, 이번 '이끼'는 어찌보면 강우석의 네임밸류때문에 더욱더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 프로말고 오늘 방영된 '출비여'에서 저도 봤는데.. 정재영의 인터뷰를 통해서 역시나 그의 고충도 꽤 만만치 않았더군요.. 여튼, 강감독의 솔직한 얘기나 배우들의 열연들.. 분명 원작때문에 '이끼'가 화두긴 합니다. 그래도 그의 말처럼 오백만까지 가면 대성공이라 봐야겠죠..ㅎ
  • 파나싱 2010/08/22 02:38 # 삭제 답글

    강우석감독님 뵙고싶네요 워낙 뵙고싶은데 어떻게 아시는 분ㅠ
  • 엠엘강호 2010/08/22 14:28 #

    음.. 강감독의 열혈팬이시군요.. 혹시 영화학도?
    전 이쪽과 관련?이 없는지라.. 도움이 못 되겠네요.. 찾아보면 나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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