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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스완', 강박과 욕망의 절묘한 레시피 ☞ 영화이야기



여기 한 여자가 있다. 그녀의 직업은 발레리나, 그렇기에 그녀는 온몸으로 자신의 열정을 태워 무대 위에서 모든 것을 발산하려 한다. 한 마리 백조가 되든, 흑조가 되든 그 사랑의 세레나데 앞에서 그녀는 춤춘다. 고로 존재한다. 이것이 영화 '블랙 스완'에서 극 중 발레리라 '니나'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나탈리 포트만'의 존재 이유다. 그 존재 이유에 대한 고찰과 성찰을 드라마적으로, 때로는 매혹적인 스릴러 구도로 그려낸 것이 영화 '블랙 스완'이다. 과거 레옹의 소녀 마틸다로 각인된 여배우 '나탈리 포트만', 이 한 편의 영화로 지금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인데, 어릴 적에 실제 발레를 했다는 후문처럼 그녀가 영화 상에서 보여준 발레리나 연기는 실제를 방불케 할 정도로 완벽 그 자체였다.

실제 발레리나 모습의 '나탈리 포트만', 최고 화제작 '블랙 스완'

살을 뺀 가냘픈 모습의 발레리나가 안고 있는 그 심리적 갈등과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는 매혹적인 관능까지 그녀는 이 영화에 제대로 빙의돼 모든 것을 바친 느낌이었다. 더군다나 영화는 '미키 루크'를 레슬러로 변모시킨 2008년 화제작 '더 레슬러'를 연출한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감독 작품으로, 그간의 빠른 편집과 현란한 카메라 워크, 그리고 무엇보다 배우의 연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는 천재감독답게 그는 이미 주목을 끌었다. 그런 그가 10여 년 전 이 작품을 구상할 때 이미 여주인공으로 '나탈리 포트만'을 낙점했다는 후문처럼, 이 영화는 이미 그렇게 만들어지고 만들어 낸 한 편의 예술과 영화적 경계에 서며 눈길을 끌었으니, 이 영화 '블랙 스완'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당신의 심장을 할퀴는 사이코 섹슈얼 스릴러 '흑조'를 탐한 '백조'의 핏빛 도발!

뉴욕 발레단의 니나(나탈리 포트만)는 연약하지만, 순수하고 우아한 '백조' 연기로는 단연 최고로 꼽히는 발레리나. 새롭게 각색한 '백조의 호수' 공연을 앞두고, 감독 토마스(뱅상 카셀)는 니나를 '백조'와 '흑조'라는 1인 2역의 주역으로 발탁한다. 하지만, 완벽한 '백조' 연기와 달리 도발적인 '흑조'를 연기하는 데에는 어딘지 불안하다. 게다가 새로 입단한 릴리(밀라 쿠니스)는. 니나처럼 정교한 테크닉을 구사하지는 못하지만, 무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와 관능적인 매력은 뿜어내, 은근히 그녀와 비교된다. 점차 스타덤에 대한 압박과 이 세상의 모두가 자신을 파괴할 것 같은 불안감에 사로잡히는 니나. 급기야 그녀의 성공을 열광적으로 지지하던 엄마마저 위협적인 존재로 돌변한 상황에서 그녀는 내면에 감춰진 어두운 면을 서서히 표출하기 시작하는데...



사실 영화의 이야기는 간단하다. 자세히는 알지 못해도 차이콥스키가 작곡한 '백조의 호수'는 이름만 들어도 알 정도로 유명한 발레곡이다. 마법에 의해 백조로 변한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된 왕자, 그들을 시기하고 유혹하는 흑조의 출현으로 백조의 위험스런 사랑을 다룬 이야기로 보면 무방한데, 이런 '백조의 호수' 공연에 있어 1인 2역의 퀸으로 발탁된 '니나', 이때부터 그녀는 여기에 모든 것을 건다. 사실 실력은 어느 정도 있었지만, 이렇게 프리 마돈나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는 처음. 그래서 그녀는 너무 설레고 가슴이 뛰는 이 배역에 자신의 역량을 모두 발휘할려고 한다. 그런데 순수하고 아름다운 결정체 '백조' 역과는 달리, 치명적이고 도발적인 '흑조'를 연기하는데 무언가 자신이 없는 그녀는 어딘지 모르게 불안감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백조'와 '흑조', 두 역을 위한 그녀의 몸부림이 파국을 향한다.

영화는 이때부터 니나를 중점으로 더 파고 들어가 그녀의 혼돈과 심리에 따른 강박을 보여준다. 마치 이것이 현실인지 허상인지 구분도 하지 않은 채, 니나가 파국으로 치닫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섞인 모습으로 연이어 표출한다. 자신을 가르치던 발레선생 '토마스'와 과격한 발레씬을 연습하는가 하면 그렇게 잘 대해주고 딸 하나만을 위해 살아온 전직 발레리나 출신의 어머니를 차갑게 대하고 히스테리를 부리는 등, 또 발레공연에 있어 대역으로 경쟁상대인 '릴리'에 빠져들어 레즈비언처럼 동성애에 빠지고, 급기야 그녀를 죽이기까지 하는 등, 그녀는 이번 공연을 위해서 모든 것을 걸며 그 어떤 완벽한 연기를 위해서 스스로의 덫에 빠져들고 만다. 그리고 실제 공연의 휘날레가 오르는 순간 그녀는 매 막마다 완벽하게 연기를 해보인다. 특히 흑조로 변신할 때 시퀀스는 정말 백미가 아닐 수 없는데, 하지만 그녀는 완벽함을 추구한 무대 위에서 그 백조처럼 가열하게 몸을 던지고 만다.

이렇듯 영화는 어느 한 발레리나의 연기 투혼에 대한 이야기라 보면 사실 쉽다. 즉 어떤 카리스마가 있는 히로인은 아니었는데, 운이 좋은 것인지 실력을 이제서야 인정을 받은 것인지 몰라도, 어쨌든 그녀는 '백조의 호수' 공연의 댄싱 퀸이 되었다. 이때부터 그녀는 완벽주의자로 변모해 그 완벽한 공연을 위해서 강박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그렇기에 그녀를 둘러싼 상황과 그림들이 마치 환청을 듣듯 환영을 보듯 현실과 허상의 모호한 경계에서 달린다. 그러면서 그 지점에서 그녀의 잔혹한 욕망이 내뿜는다. 즉 완벽함에 대한 연기의 욕심과 함께 흑조를 연기하기 위한 내재된 섹슈얼리티가 살아나며 그녀는 몸부림친다. 무대에서 펼치듯 말이다. 결국 니나는 완벽한 연기에 대한 강박과 욕망이 절묘하게 조화가 되면서도 때로는 상충돼 극한으로 치닫게 됨을 본다. 그러면서 영화는 이런 니나의 모습을 때로는 환청과 환영의 신기루처럼 그로테스크한 모습으로 발렌 공연과 어우려져 뿜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블랙 스완'의 의미는 무엇일까? 스완(swan)은 백조. 단어 그대로 하얀색의 백조인데, 검은색 백조는 무엇일까? 여기에도 근원은 있다. 18세기 유럽의 조류학자 2명이 항해에 나섰다. 험난한 파도를 헤치고 나아간 먼 바닷길, 그 끝에 드디어 발견한 신대륙. 이후 '오스트레일리아'라고 불릴 그 땅에서 그들은 기이한 새 한마리를 만난다. 이른바 검은 백조. 흰 새라서 백조(白鳥)라고 이름 지은 새가 검은색이라니.. 조류학에 몸담은 평생의 백조 연구가 이 검은 백조 앞에서 일거에 무너져 버리고 만 것이다. 딱 한 마리의 새 앞에서. 이후 '블랙 스완' 검은 백조는 '불가능하다고 인식된 상황이 실제 발생하는 어떤 것'이라는 의미로 인용되고 있다. 즉 다시 말해 전혀 생각하지 않은 현상이 갑자기 어느 날 일어나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불가능이 현실로 발생하는 '블랙 스완', 영화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사례에서는 동명으로 책 출간이 화제가 되었듯이, '구글의 성공' 이나 '9·11테러'를 블랙 스완의 가장 쉬운 예로 꼽고 있다. 이것은 매우 개연성이 희박한 사건이나 그에 대한 특징을 예측할 수 없고 엄청난 충격을 동반하며, 일단 현실로 나타나면 그 충격파는 엄청나다는 가장 핫한 개념인 것이다. 고로 여기 영화 '블랙 스완'이 의미하는 바는 얼추 느낌이 온다. 완벽한 발레 연기를 위해서 강박에 시달리고 욕망을 향해 달려오면서 그녀가 흑조로 변모한 순간, 기존의 현실과 능력을 무시하고 충격파를 던지게 될 거라는 일종의 스포일러라 볼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은 완벽을 꿈꾸는 한 발레니라의 눈물과 광기가 서린 가운데, 누구나 알지만 이제껏 아무도 본적이 없는 '백조의 호수', 그 무대 뒤의 잔혹사를 펼쳐내고 있는 것이 바로 영화 '블랙 스완'인 것이다.

그 어떤 전문가적인 호평의 단어들이 난무하더라도 이처럼 한 편의 예술을 드라마적이고 밀도감 있게 사이코 섹슈얼 스릴러같은 묘미로 그려낸 작품도 흔하지 않음을 다시 보게 된다. 그것은 이미 전미 비평가협회와 골든 글로브에 이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까지 확실시 되는 '나탈리 포트만', 그녀가 완벽한 춤을 추기 위한 욕망은 사악한 쌍둥이 자매인 '흑조'를 대변하는 순간에 발현된다. 즉 자신 내면의 이중적 자아의 표출로 인한 자기파괴적 욕망, 그 속에서 대역에 대한 두려움까지 겹치며 강박과 광기로 치닫는 모습까지, 이 작품은 '백조의 호수'의 비극적 요소와 주인공의 정신세계를 뒤섞은 심리 스릴러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결국에는 잔혹한 욕망을 향해 내던진 치명적인 탐미의 세계를 절묘하게 그려낸 한 편의 전위적인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완벽하지 않은 인간의 완벽함의 추구..
그 순간 파멸로 갈 수도 있음을 한 마리 검은 백조는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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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휴메드슨 2011/02/28 10:14 # 답글

    극단은 안 좋다는 걸 다시한번 깨달았습니다
    (덧붙여 꿈도 희망도 없다는거 ㅠㅠ)
  • 엠엘강호 2011/02/28 11:02 #

    극단이 안 좋다는 것보다는 원래 예술에는 고통이 따르는 법이라죠.. 그리고 여기서 고통은 이중적 자아로 인한 자기파괴적 욕망의 분출.. 바로 '블랙 스완'이 가능해지는 순간입니다. 아무튼 나탈리 포트만의 발레리나 연기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분명 상 받을만 하죠.. 아카데미에서는 어떨지 기대가 됩니다.
  • 어릿광대 2011/03/01 06:47 # 답글

    왠지 모르게 보고싶은 영화중 한편이네요 ㅎㅎ
  • 엠엘강호 2011/03/01 09:53 #

    웬지 모르게라뇨.. 버럭!! 아니 이 영화를 아직도 모르신단 말입니까..
    장안의 화제작 '블랙 스완'을.. 특히 여성 분들에게 강추하고 싶은 섹슈얼? 스릴러.. 꼭 보세욤..ㅎㅎ
  • 카시나크 2011/03/01 09:24 # 답글

    오늘 확인해보니 결국 여우주연상은 나탈리포트만이 받았더군요.
    블랙스완보고 와~ 정말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는데 결국 나탈리포트만이 받더군요
    ㅎㅎ
  • 엠엘강호 2011/03/01 09:56 #

    네.. 어제 저도 확인을 했습니다만.. 정말 제 일처럼 웬지 기쁘더군요..
    당연한 결과라 봅니다. 그만큼 그녀가 '블랙 스완'에서 보여준 연기는 완벽 그 자체였습니다.
    그래서 이미 관련 포스팅도 조금 전에 했답니다. ㅎ

    http://mlkangho.egloos.com/10669583
  • 하이네 2011/03/01 21:43 # 답글

    일반인이 그렇게 편집증적으로 도취되었다면 여러 사람이 피곤했겠지만, 재능 있는 예술가가 미쳐주면 여러 사람이 행복해지나봐요//ㅅ/
    시간을 얼마나 들여 만든 건지는 모르겠지만 등근육도 원래 발레리나가 아니라는 걸 감안하면 정말 예뻤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발등에는 뽕을 넣지 않았을까 싶지만ㅎㅎ
  • 엠엘강호 2011/03/02 09:21 #

    그래서 예술의 영역은 그 고통에 따른 행복지수가 높다죠.. ㅎ
    뭐.. 등쪽의 화상? 비슷한 상처도 그렇고, 은근히 판타지 요소가 많았지만.. 그래도 수작은 수작..
  • -ㅁ- 2011/03/07 00:12 # 삭제 답글

    오늘 봤는데 장르가 공포, 호러인줄 알았습니다. 여기까지...ㅎㅎ
  • 로파트키나 2011/03/08 19:40 # 삭제 답글

    블렉스완은 윗글을 쓰신 엠엘강호님 처럼 발레를 많이 보시지 않은 한국 관객에게 큰 인상을 준 점도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사실 발레리나,발레리노들에게는 나타샤의 발레연기가 별로 높은 점수를 받을지 의문입니다. 영화는 영화이기 때문에 발레의 제 모습만을 보여달라고 주장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나타샤의 발레 연기는 아로높스키 감독에게 아쉬움을 갖게 합니다. 팔과 어깨 부분에 좀 더 세심하게 몸을 가다듬었으면 실제 발레리나의 몸으로 느껴졌을텐데, 발레리나의 몸이라고 하기에는 나타샤의 팔과 어깨가 너무 크고 두꺼웠습니다. 만약 실제 발레에서 프리마 발레리나가 팔을 쳐들고 고개를 갸웃갸웃하는 연기가 포트만 정도로 하면 낙제점을 받을 것입니다.
  • 엠엘강호 2011/03/08 23:45 #

    음.. 물론 나탈리 조차도 어릴 시절에 배운 경력과 이번 영화를 위해서 5개월간 발레 연습에 매진..
    뭐.. 전문가 수준처럼 발레를 할 순 없겠죠.. 분명 영화기에 영화적 연출이 필요한 것이고요..
    그리고 님처럼 발레를 보는 수준이 다들 높지 않기에.. 이 영화는 발레리나의 연기 보다는..
    그 연기에 빠져든 한 여자의 강박과 욕망을 표출한 일종의 심리 스릴러로 보는 게 타당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런 면에서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는 완벽했습니다.
  • 식코 2011/04/30 18:40 # 삭제

    다큐 찍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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