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시대 피의 숙청을 불러온 '계유정난'의 파고 앞에서 원수 집안으로 갈리게 된 두 남녀 승유와 세령.. 과거 스승과 제자 사이로 봄날의 따스한 기운처럼 사랑을 싹틔웠던 그들에게 닥친 비극적 사랑 이야기 '공주의 남자'. 이들의 로맨스가 민담에서 전해져온 야사스런 픽션으로 내달리며 한껏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가운데, 어제(1일) 14회도 제대로 그림을 풀어냈다. 수양대군 일파에게 전광석화 같은 철퇴를 맞고 김종서 대감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지만, 막내 아들 승유 만큼은 불사신처럼 식스팩을 자랑하던 그 추노처럼 마초맨으로 거듭나 죽지 않고 다시 살아났다.
그러면서 그는 퍼니셔 즉 '복수의 화신'으로 돌변해 세령을 인질로 잡아 수양대군을 죽이려 하는 무리수를 두고 만다. 아무리 무공이 뛰어나다 한들 그렇게 독고다이로 까만 복장에 복면 하나 쓰고, 산 속 계곡에서 인질극을 벌인다고 될 일은 아닐 터.. 정녕 스스로 죽고자 하는 게 아니라면 이건 확실히 자충수였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정말 그렇게 될 거라 본 건지, 드라마의 설정이 좀 헐겁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어쨌든 그렇게 승유는 사고를 치며 스스로 위기에 빠진다.
하지만 이런 승유를 구한 건 또 세령이었다. 스승님이 혼사날 자신을 그렇게 보쌈해 가는 것도 모르고, 곶간에 갇혔다가 정신을 차리고 그를 알아봤을 때 하늘이 노랗도록 깜놀한 그녀였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당황한 사이, 승유는 "니가 알던 김승유는 이 세상에 없어..", "내 손에 죽을 날을 기다린다고 하지 않았느냐.. 기다려라, 곧 죽여 줄테니.." 하며 분노스럽게 겁박을 하던 그였다. 하지만 세령은 그런 승유를 와락 끌어 안으며 "살아 있어 주셔서 감사합니다."로 답하며 모든 걸 내던졌다. 그토록 식음을 전폐하며 뀅한 몰골로 오매불망 그리던 님을 이렇게 눈 앞에서 봤으니, 그녀는 죽어도 여한이 없는 듯 마지막까지 회한을 쏟아낸 거.
뭐.. 소저를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모드가 아닐 수 없는데, 바로 위의 장면이 그것이다.

(세령이 자신 대신에 화살을 맞으면서 인질극은 파토?가 났다. 아.. 이런 된장..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크 승유'로 분전하고 있는 승유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독기 가득한 눈초리와 분노로 더욱 이글거리며 그녀를 몰아 부쳤고, '너는 피칠갑을 한 니 아비의 미끼가 될 거라'며 그녀와 선을 확실히 긋는다. 정녕 그녀를 포기한 것인지 몰라도, 그에게 있어 과거 연인의 감정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자신의 형수와 조카를 어떻게 빼돌려 살아있다는 소리에 흔들리긴 했어도, 승유는 현재 매우 불균질한 상태다. 급기야 수양에게 화살편지로 도전장을 보내 딸을 살리고 싶으면 혼자 약속 장소로 나오라고 한다. 그런데 천하의 수양대군이 어딜 혼자서 가겠는가.. 이미 손을 쓴 상태로, 한때 막역지우였던 세령의 신랑이 될 신면의 군사가 산속에서 매복해 그를 저격 할려고 대기중이었다.
수양의 장녀 이세령 역 문채원, 드디어 '공남'다운 애절한 연기를 선보이다.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듯, 다크 승유는 앞에 세령을 인질로 두고 화살을 겨눈 상태고 서서히 걸어와 있는 수양대군, 그리고 저 산속에 매복중인 신면의 화살, 이렇게 일촉즉발의 위기 속에서 승유의 화살은 타겟을 세령이 아닌 수양을 겨냥해 날아가 꽂혔다. 그 순간 깜짝 놀란 세령은 저기 어디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감지하더니, 승유 앞에 막아서며 자신이 화살에 맞아 쓰러지기에 이른다. 캬.. 보통의 드라마에서 많이 봐온 그림이 아닐 수 없다. 마치 보디가드처럼 살신성인의 자세로 님을 구하고 자신을 죽이는 그런 자세.. 그렇게 세령은 승유를 구하고 스스로 쓰러지고 만다. 이것이 14회의 주요 장면이자 마지막 그림이다.
한마디로 문채원이 돋보이는 장면으로 이 씬을 가지고 또 우스개 소리도 나오긴 하지만, 어쨌든 중요한 장면이긴 하다. 그간에 초반 연기력 논란에서 벗어나 이제는 그 예쁜 얼굴 보다는, 식음을 전폐하고 화장끼 없는 모습으로 계속 비극을 내달리는 그림이 더욱 잘 어울려 보일 정도로 세령 역에 문채원은 잘 녹아들고 있다. 그러면서 이번 14회에서 사랑하던 님에게 인질로 잡혀 나름 고생도 하고, 급기야 님을 위해 몸을 던지는 살신성인까지.. 한마디로 문채원이 돋보인 한 회가 아니었나 싶다. 역시 여배우는 예쁜 척을 하면 안 되는다는 진리가 통한 것인가?!
그렇다면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까.. 물론 이후에 예고편이 안 나와서 모르겠지만, 강호가 보기엔 이렇게 예상이 간다. 수양은 이미 안에 갑옷을 입어서 아무런 상처도 없이 버티고, 세령이 쓰러진 틈을 타 승유는 일지매처럼 동에 번쩍해 그 자리를 뜨게 된다. 신면의 군사들이 달려와 세령을 구하고 수양을 거들며 그 계곡에서 인질극은 그렇게 일단락 된다. 그리고 빙옥관으로 들어온 승유는 조석주에게 뺨다구를 맞으며 '네가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로 혼이 나 이들은 고심에 빠진다. 한편 이번 혼사를 망치고 세령을 납치한 사건의 배후에 금성대군을 잡아들인 수양일파가 이 참에 금성을 제거하려 하면서.. 김승유가 다시 나서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이건 정말 일지매 모드.. ㅎ
아무튼 수목의 인기 사극 드라마 '공남'은 이제 아니, 아직도 10회나 남았다.
어떻게 그려질지 더욱 기대가 되는 가운데, 이들의 알듯 모를 듯 전개될 파국을 기대해 본다. ~
ps : 상단의 사진은 공남 갤러리의 Dal님의 갭쳐 장면을 인용한 겁니다.
덧글
말씀대로 추신으로 해당 사진에 대해서 언급을 했으니 이해바랍니다.. ~
빙옥관의 김뢰하 형님이야 워낙 아우라가 있어서 기본 이상이고..
아무튼 문채원이 그때 바람의 화원에서 나름 신선하니 좋았는데.. 여기서는 주연이다 보니..
나름 고충?이 있는 게 아닌가 싶지만.. 갈수록 좋아지곤 있다고 봅니다..
문채원을 괜히 깠다가는.. ㄷㄷ ㅎ
너무 흥미 위주로 가다보니... 그리고 왜 그렇게 잔인하게 사람들을 죽이는 장면을 부각시키는지...
잘 읽고갑니다.
수양을 치는 모양새도 마치 김좌점을 치는 일지매 같고.. 아무튼 공남이 화두긴 합니다.
뭐.. 사람을 죽이는 장면이야, 이젠 너무 흔한 그림이긴 한데.. 수위 조절은 필요하겠죠.. ~
'불균질'이라는 단어 진짜 좋아하시는 듯...
뭐.. 강호식 리뷰인지라 저만의 패턴이 있기 마련이니.. 그냥 이해바래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