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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의 남자'가 그리지 못한 '이징옥의 난' └ 사극관련들

그래도 명색이 사극의 탈을 쓴지라 역사적인 팩트가 들어가 있다. 그렇다고 90년대 인기를 구가했던 정통사극 '용의 눈물'이나 '왕과 비' 같은 사극이 아니기에, 그렇게까지 기대하긴 힘들다. 이른바 팩트와 픽션을 혼합했지만 창작 쪽에 좀더 무게를 둔 퓨전사극으로 내달리는 게 작금의 사극 드라마들의 현주소다. 뭐.. 지금 시대가 고리타분한 것이 아닌 트렌디한 것을 원하기에 어쩔 수 없는 흐름인지라 그냥 인지하고 보면 그만이다. 크게 토 달 것도 없다. 물론 심한 역사왜곡은 문제가 되겠지만서도.. 



그러면서 지금 인기리에 사극 드라마로 방영중인 '공주의 남자'를 보면 이 트렌디함에 방점을 찍고 있음을 본다. 알다시피 이 드라마는 수양대군의 권좌욕이 불러온 쿠데타로 피의 숙청을 불러온 '계유정난'의 파고 앞에서, 원수 집안의 두 남녀가 야사스럽게 사랑했다는 이야기를 픽션으로 그린 로맨스 사극이다. 그러면서 '공남'은 이 팩트와 픽션을 교묘하게 크로스시켜 어긋남이 없이, 제대로 된 퓨전사극으로 선보이며 주목을 끌고 있다. 총 24부작 기획 중에서 18회까지 달려오며 이젠 극 후반을 남겨두고 있는데..

수양대군은 드디어 그 어린 조카 단종에게 자의반 타의반 양위를 받으며 자신이 그렇게 꿈꾸던 권좌에 올랐고, 명국으로부터 고명을 받을 준비 중에 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사육신이 단종의 복위를 도모하는 거사를 일으키려다, 그 멤버 중 김질이 한명회에게 잡히면서 이들의 거사는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물론 여기에 김종서의 막내아들로 나온 김승유가 복수의 화신을 자처했던 '다크 승유'의 이미지를 벗고, 사육신 형님들과 이 거사에 동참했지만, 이마저도 수포로 돌아가며 위기에 처하게 됐다. 그리고 과거 벗이었던 신판관 신면 앞에서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데...

이것이 현재 '공남'이 그린 역사적인 사건의 이야기다.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고, 사육신의 거사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한껏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아쉬운 대목은 있다. 명국 사신을 맞는 연회장 광연정에서 별운검을 서려던 유응부를 한명회가 빼내면서, 사육신 중 하나였던 김질이 원래 장인 정창손에게 그 거사를 고해바치며 이들의 일이 탄로난 사건이었다. 그런데 여기서는 한명회에게 곧바로 잡히고 말았다. 크게 미스날 건 없지만, 극의 빠른 전개를 위해서 설정된 것 같다. 그래서 그런가, 수양이 김종서 일파를 전광석화 같이 제거하고 정권을 잡는 과정에서 무언가 빠진 그림이 있어 보인다는 점이다.



그것이 바로 역사적으로 기록된 '이징옥의 난'이다. 먼저, 이 난에 대해서 찾아보면 이렇다.

이징옥의 난(李澄玉-亂)은 1453년(단종 1년) 이징옥이 함길도 도절제사(都節制使)로부터 파직되자 스스로 대금황제(大金皇帝)라 칭하고 반란을 일으킨 사건이다. 수양대군이 정권을 잡자 일찍이 김종서의 천거로 함길도 도절제사가 된 이징옥을 파면시키고 박호문(朴浩文)을 임명하였다. 이에 분개한 이징옥은 박호문을 죽인 후, 병마를 이끌고 종성(鍾城)으로 가서 대금황제(大金皇帝)라 자칭하고 여진족의 후원을 얻어서 반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 반란은 실패로 돌아가고 이징옥은 정종(鄭種) 등의 술책에 빠져 아들과 함께 사로잡혀 죽고 말았다. 이 반란 사건은 후일 이시애의 난을 유발케 하는 선구가 되었다.

하지만 '공남'에서는 이런 역사적인 팩트에 관해서는 전혀 언급없이, 단종이 자형 정종과 숙부 금성대군을 살리는 조건으로 양위를 한 것으로 그리며 수양을 권좌에 올려놨다. 충분히 이 과정에서 '이징옥'이라는 인물이 나올 법했는데, 극 전개상 빼먹을 소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는다. 두 남녀 주인공을 그리기에 바빠서 일지도.. 그렇다면 '이징옥'은 어떤 인물일까? 과거 국사 책이나 아니 역사에 관심 있는 이라면, 여기 '이징옥'은 낯선 인물이 아니다. 그는 당시 함길도(지금의 함경도) 절제사를 지닌 용맹스런 장수이자 무신(武臣)이였다.

수양대군에게 반기든 '이징옥의 난'을 빠트린 '공남', 그래도 계속 기대된다.

더군다나 그는 겨울비대감 아니 김종서 라인으로 그와 함께 북방의 영토를 개척하여 세종의 총애를 받는 등 심복 중 하나였다. 그러니 이징옥이 김종서의 죽음을 알게 되면서 가만히 있을리가 만무했다. 물론 이 점은 수양대군도 간과하지 않았다. 분명 이징옥이 도성으로 쳐들어올까 염려스러웠고, 고민 끝에 수양은 이징옥을 함길도 절제사에서 파직시키고, 그 자리에 '박호문'을 후임으로 보냈다. 이에 이징옥은 조정에서 자신을 파직한 것에 불만을 품고 박호문 진영으로 찾아가 단칼에 그의 목을 베고, 그 자리에서 병력을 집결시켜 반란의 수괴를 자처했다. 주위의 여진족 세력까지 끌어들이는 등, 그 규모도 커서 자칭 '대금황제'까지 칭하게 되는데..

이후 이징옥의 군대가 한양으로 쳐들온다는 소리에 한명회가 종성판관 '정종'(공남에서 이민우가 맡은 정종과는 다른 인물)에게 밀정을 보내 이징옥의 목을 가져오면 큰 상을 내리겠다는 밀서를 보낸다. 이에 정종은 은밀히 호군 이행검을 만나 이징옥을 죽이기로 논의, 그날 밤에 자신의 부하들을 이끌고 이징옥의 집을 에워싼 채 자객 3명을 집안으로 들여보내 그를 죽이려 한다. 하지만 이를 눈치챈 이징옥을 죽이지 못하고, 밖으로 뒤쳐나온 그가 정종과 이행검의 부하들에 둘러싸여 궁수들의 빗발치는 화살 세례를 맞고 장렬히 전사하셨으니, 때는 1453년 10월 단종 1년 때 일이다. 이때 이징옥이 죽자, 수양대군은 단종을 위협하여 왕위에서 밀어내며 1455년 6월 왕위에 오르게 됐다. 즉 '이징옥의 난'은 수양이 권좌에 오르는데 완벽한 도화선을 제공한 셈이다.

이렇게 이징옥은 수양대군이 어린 조카 단종의 보위를 빼앗는 과정에서 언급이 되는 중요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공남' 제작진은 이 인물의 이야기를 빼버렸다. 물론 정통 사극이 아니기에, 지나칠 수도 있고, 더군다나 두 남녀의 복수와 사랑이라는 대명제 앞에서 이런 반란 쯤이야 간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징옥은 후에 세조 말년에 일어난 '이시애의 난'과도 연결점이 되는 측면에서 본다면, 꽤 중요한 사건이 아닐 수 없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 전개상 빠져도 이야기는 잘 흐르고 있음을 본다.

어쨌든 수양대군의 권좌에 오른 과정을 다시 복습?하며 이징옥이 생각난 김에 끄적여 본 것인데, 이제 '공남'의 주요 감상 포인트는 이게 아닐까 싶다. 아비의 후광으로 신분이 공주로 상승된 세령은 차치하더라도, 특히나 주인공 김승유를 죽이느냐 살리느냐의 관건은 수양에게 반기를 드는 세력과 결탁하는 과정에서 포인트가 맞혀진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지난 주에 그렸던 사육신 거사 가담 건은 수포로 돌아가며 그는 이른바 도망자 신세가 될 수도 있다. 그러면서 정말로 '금계필담'처럼 세령과 산속에서 아들 딸 낳으며 해피하게 살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면 다른 세력과 계속 반기를 드는 과정에서 처참하게 죽을지도 모을 일.. 어쨌든 남은 6회에서 김승유의 생사가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그가 죽으면 세령도 죽고, 그가 살면 세령도 살기에 더욱 그렇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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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1/09/21 10:5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엠엘강호 2011/09/21 11:58 #

    음.. 한국 사극에서 이징옥이 찬밥 신세였다.. 그가 한 일을 김종서에게 넘기면서 겨울비대감만 부각이라.. 뭐.. 그럴 수도 있겠는데요.. 하지만 역사는 그러하지 않던데.. 물론 '난'이라기 보다는 말씀처럼 수양에게 반기를 든 독자적 군사행동이라 보는 것도.. 그런데 역사에서 '대금황제'건 이야기가 나오는 건 그런 내막도 의심해 볼 여지가 있겠군요. 그런 참칭이야말로 역적 중에 역적이었으니..

    아무튼 이징옥의 난은 짧게 끝난 군사적 행동의 몸부림이라고 본다면.. 분명 세조 말년에 일어난 '이시애의 난'은 정권 말에 권력누수에 대한 것으로 의미가 좀 다르다 했을 때, 공남에서도 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두 명이 개입돼 그럴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두 명이 누구일까요? 현재 공남에서 나온 인물이라면 강효문 아니면 이준?!.. 그런데 여기까지 간다면야 김승유의 복수도 이 세력과 결탁해서 그릴 수도 있겠군요.. 그러면서 도망가서 세령과 잘 먹고 잘 살았다는 걸로 매조지 될지도.. ㅎ 아무튼 오늘 공남도 기대중..
  • 엘러리퀸 2011/09/21 12:03 # 답글

    이징옥의난이 빠진 것은 아무래도 두 남녀주연에게 포커스를 더 맞추기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저 난이 나오려면 최소 1~2회분은 할애해야 할수도 있으니..--; 한명회 쪽 인물도 많이 빠졌으니..(양정이라든지.. 홍윤성이라든지..--;)
  • 엠엘강호 2011/09/21 12:16 #

    물론 정통사극이 아닌 로맨스 사극인지라 이런 역사적인 사건은 뺄 수도 있는 거지요.. 하지만 수양이 권좌에 오르는 과정에서 그래도 꽤 중요한? 사건임에도 언급조차 안 됐죠.. 한 회에 그냥 소식만 담아내도 됐는데.. 그리고 한명회 쪽 라인에서 홍윤성 이야기를 하시니, 왕과비에서 그 역을 목욕탕 목소리 김형일씨가 했던 게 생각나는군요.. 그 역도 참 재밌었는데.. 형님 하면서 아주 개차반짓을.. ㅎ
    아무튼 오늘 예고편을 보니, 승유가 옥사에 갇힌 이개와 정종을 빼내려다 실패하고, 세령은 아비에게 계속 반기를 들며 집을 나가겠다고 엄포를 놨다는데.. 기대가 됩니다.. ~
  • 엘러리퀸 2011/09/21 12:23 #

    김형일씨는 왕과비 뿐만 아니라 이덕화씨가 주연인 한명회에서도 홍윤성 역으로 나왔습니다.(정태우씨가 단종 전문 배우(지금은 나이가 있어서 다른 배우가 하지만--;)라면 이분은 홍윤성 전문 배우인듯. ㅋ)
  • 엠엘강호 2011/09/21 12:32 #

    그러게요.. 그 한명회에도 본 기억이 나네요.. 홍윤성 전문 배우라.. ㅎ
    뭐.. 정태우야 역시 왕과비에서 그 어린 모습이 제일 압권.. 임동진 옹에게 수양숙부 부르는 게..
    그리고 지금 공남에서 단종 역의 어린 친구도 좋더군요.. 결국 죽음을 어떻게 그릴지도 주목...
  • 엘러리퀸 2011/09/21 20:03 #

    정태우는 한명회 때는 더 어렸습니다.--; 언젠가 케이블에서 한쪽은 한명회를 하고 한쪽은 왕과비를 한적이 있었는데,(아님 두 드라마 했던 기간 차이가 얼마 없었던 때였나?--;) 같은 배우 같은 단종인데 위화감이 꽤 들더군요..--;
  • 엠엘강호 2011/09/21 20:39 #

    그러고 보니 또 그렇네요.. 한명회를 분명 케이블 재방 때 다 챙겨봤는데도..
    확실히 태우군이 그때가 더 어렸던 게 확실히 눈에 선명하네요.. 한 13살 전후 정도.. ㅎ
    그리고 왕과비에선 나름 조숙하게 나왔지만.. 그것도.. 여튼 단종 역에 정태우가 甲이였다는..
  • 정호찬 2011/09/21 12:50 # 답글

    이징옥은 출연은 없었고 극중 인물들 간에 대화에서 한번 등장한 적은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징옥을 넣으려면 무대가 함경도까지 가고 등장 인물도 더 많아지니 삭제 크리탄 걸로 생각되네요.
  • 엠엘강호 2011/09/21 20:41 #

    그래요.. 닥본사하는 공남인데, 그렇게 대화 중에 언급된 적이 있었나요.. 음..
    아무튼 그 자체를 그리기에 출혈?이 있는지라.. 지나간 것은 지나가고.. 남은 이야기에 집중해야죠.. ~
  • 천마 2011/09/23 15:23 # 삭제

    단종이 수양에게 계유정난을 재조사하겠다는 자리에서 안평대군이 역모를 꾀한 증거가 나왔다면서 미리 안평대군의 필체로 위조한 편지를 제시하는 장면에서 딱 한번 언급됐습니다.

    안평대군이 "함경도 절제사 이징옥"에게 보낸 편지라면서 이제 증거가 나왔으니 안평대군에게 사약을 내리라고 강요하죠. 결국 안평대군은 (역사와 달리) 귀양가다가 도중에 사약받고 죽습니다.

    사실 이 드라마는 역사적 사건과 인물에서 압축과 생략이 많습니다. 김종서와 같이 단종을 보위했던 영의정 황보인등 중신들이 이름도 안나온다거나 안평대군이 귀양도중에 사약받고 죽고 사육신들도 이개 제외하곤 전혀 안나오다 사건 직전에야 등장하고 거사 실패직후 현장에서 잡히는 등 빠르게 전개시키죠.

    그러면서도 역사적 사건의 뼈대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절묘하게 픽션과 얽어놓으니 작가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8:03 am 2011/09/22 08:03 # 삭제 답글

    아 저도 보면서 이징옥의 난을 생각했었는데 ㅋㅋ 다른 분들 말씀대로, 방영분은 정해져 있고 두 남녀에게 집중되다보니 과도하게 시선을 돌릴 수 있는 것들은 가위질 당한 거겠죠. 수양대군 시절 김종서와의 정치적 갈등도 많이 축소되었고, 사육신이나 한명회를 비롯한 수양대군 파의 인물들도 존재감이 많이 없어졌잖습니까. (사육신의 세조 암살 기도도 너무 허무하게 끝났죠;;)

    사실 공남은, 정치적 색채가 많이 필요한 드라마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만약 정치적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 기존의 클래식한 사극과 별 차이가 없게 되는 거죠. 어쨌든 두 남녀의 비극적인 사랑이 메인이니까요. 저는 지금 이 드라마의 설정이, 그래서 별로 마음에는 안 듭니다만 ㅋㅋ (김종서는 선이고, 수양대군은 절대악이라니...참으로 편리한 인식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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