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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깊은 나무, 한석규 세종 역 욕으로 무게를 벗다. └ 사극관련들

우리나라 유구한 역사에 있어서 가장 성군으로 칭송받으며 온 국민의 사랑을 아직도 독차지하고 있는 조선의 4대 임금 '세종대왕', 우리시대 만원 짜리 지폐에 오랫동안 오롯이 새겨져 결코 낯설지 않으신 분, 그런 분이 SBS 사극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의 주인공으로 활약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물론 기존에도 세종의 모습은 사극을 통해서 몇 번 나왔었지만, 이번에 세종은 확실히 달라 보였다. 송중기의 재발견이라 할 정도로, 젊은 세종 이도의 모습이 유약하면서도 내심에 강단을 보이는 디테일한 모습으로 짧은 몇 회간 주목을 끌었다면, 세월이 흘러 더 성장한 세종의 모습은 그 젊은 시절의 모습과는 다르게 이른바 융통성 있게 기존의 무게를 벗고, 신하들을 대하고 자신의 감정 표현에 서슴치 않았다.



바로 성장한 이도 군주 역에 연기파 배우 한석규가 4회부터 가세하며 이런 재미를 선사한 것이다. 기존의 사극에서 보여준 세종의 이미지와는 다른 부분으로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하례 시간이 됐다는 궁녀에 말에 "하례는 지랄", "하례, 대례, 조례, 가례, 대체 왕은 뭔 놈의 의식이 많은지. 그런 것들은 세자에게 이관을 했건만 젠장", “서책을 보고 정사를 보는데도 시각이 모자라는 데. 우라질", 그리고 뒷간을 가려는 척 집현전에 들어가다 잡힌 강채윤이 있다는 전갈을 듣고선, "그럼 집현전에 똥을 싸러 들어간 것이냐?" 로 빵터지게, 그는 거친 순우리말을 애용하며 기존의 번듯한 이미지로 각인된 세종의 무게를 덜어낸 것이다. 고기를 좋아한 육식도 빼놓지 않고.. ㅎ

이것은 한석규 특유의 음색이 제대로 살린 것인데, 이런 거친 언사가 오히려 부드러울 정도로 재밌게 나왔다. 이렇듯 한석규가 그리는 세종은 엄한 군주의 모습이 아니라 꽤 실용적인 면모를 강조하며 첫 신고식을 잘 치렀다. 그것은 바로 유명한 인사들로 채워진 집현전 학자들과 경연을 통해 논쟁을 붙이는 모습까지 세세하게 담아내며 문(文)을 중시하는 이도를 놓치지 않았다. 그전에 젊은 세종 이도 역에 송중기와 태종 이방원 역에 백윤식의 날선 대립각이 3회까지 계속되며, 이들은 소위 쩌는 대사 속 걸죽한 입담 배틀을 보였다. 그 화두는 '네가 말하는 조선은 무엇이냐, 너의 조선이냐, 당신의 조선이냐'의 논거로 눈길을 끌었다. 그러면서 아바마마의 청을 받들겠다며 집현전 탄생의 비화까지 언급돼, 젊은 이도는 그렇게 한발짝 물러섰다. 

하지만 태종 이방원은 끝내 세월의 파고 앞에서 붕어하고 만다.(1422년 56세, 세종 즉위 4년차) 그렇게 양녕을 버리고 충녕을 택했던 그였기에, 그는 일생의 마지막을 애증이 서린 유언으로 임팩트하게 남긴다. 죽기 직전 병석에서 이도의 멱살을 잡더니 "이놈. 해내거라. 해내. 그래야 네 놈을 왕으로 세운 것이 나의 제일 큰 업적이 될 것이니.."라며 오히려 흔쾌히 웃었고, 젊은 이도 또한 "그리 될 것이옵니다."라고 답하며, 이들은 역할은 여기서 갈무리 됐다. 짧은 3회 동안 두 배우는 각인된 태종과 젊은 세종의 모습을 남겼으니, 나름 성공한 셈이다.



이렇게 한 분은 나오자마자 드라마를 떠났고, 한 사람은 좀 더 성장한 세종 이도로 나오게 됐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바로 중심이 되는 '밀본'을 꺼내들며 시선을 끈다. 여기서 말하는 '밀본'은 무엇일까? 위 '공홈'의 소개에도 있듯이, 현재 '뿌리깊은 나무'의 '밀본'은 이 사극 드라마의 핵심이자 기본 플롯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정도전이 남긴 '비밀결사조직'이라는 것인데, 그래서 팩션적으로 만들어진 이 소재를 잘 파악해야 접근이 쉬워지고 드라마를 보는 재미가 있어진다. 그리고 그 근저에는 바로 조선을 건국한 일등공신 중 하나인 삼봉 정도전이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먼저, 삼봉(三峰) 정도전(鄭道傳, 1342~1398) 그가 누구인가? 바로 고려를 무너뜨려 조선을 건국하고 오백년 도읍지 한양을 건설하며 <조선경국전>을 통해서 조선왕조 오백년 기틀을 마련한 재상이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 여기에 문무를 겸비한 사상가이면서 학자이고 실천적인 정치가였던 그는 요순의 이상향을 꿈꾸었고, 백성들이 등 따습고 배부른 세상을 꿈꾸며 자신의 권력을 위해서가 아니라 백성들을 위하여 위민과 민본정치를 실현하고자 했던 그였다. 또한 요동 정벌을 통해서 고구려와 발해의 고토를 회복해 동북아시아의 강대한 제국을 건설하고자 했던 야심가 중 한 사람..

정도전 역사소설 두 권의 리뷰 : http://mlkangho.egloos.com/10538484

그러면서 그는 당시 임팩트한 주장을 하며 여러 적을 두게 된다. 바로 군주의 나라가 아닌 신권의 나라를 세우려는 듯, 태조 이성계 앞에서 자신이 저술한 <조선경국전>의 요체 '치전총재소장야(治典冢宰所掌也)''나라는 재상이 다스리는 것이다'로 신권(臣權)을 주장하며 여러 대신들을 긴장시켰다. 당연히 떠오르는 총아 이방원의 눈에 가시였고, 왕(군주)을 위협하는 혁명적인 사상가로 비춰져 그는 궁지에 몰리게 되는데... 이하 자세한 언급은 위 링크 주소에서 확인하시길 바란다. 작년에 강호가 읽었던 이수광 작가의 팩션소설 '정도전 1,2권'에서 언급된 주요 내용들이다.



거친 우리말 입담으로 무게를 벗은 한석규의 세종, '밀본'의 정기준은 누구?

이렇게 현재 '뿌리깊은 나무'는 정도전의 자식 아니, 그의 동생 '정도광'과 그의 아들 '정기준'이라는 인물을 내세워 '밀본'이라는 기치 아래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 극 중의 정기준이 역사 속 실존 인물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도전이 수차례 강조한 신권 중심의 뿌리정신을 이어나가려는 세력의 중심 축이라 보면 무방할 터. 그러면서 현재 아역의 정기준이 모습을 드러내고 어린 이도와 걸죽한 입담을 과시하며 자신들의 처한 입장을 대변했다. 그리고 세월 흐른 뒤, 성인 역에 정기준은 베일에 쌓여있다. 하지만 정도전이 남겼다는 '밀본지서'가 여타저타해서 똘복이 손에 들어가게 됐고, 그 와중에 조말생이 이끄는 군사들에 의해 정도광은 죽음을 맞이했다. 반드시 찾아야 할 아이템이 생긴 것인데..

하지만 세월이 흐른 뒤, 똘복이 강채윤은 김종서 휘하의 하급관리로 궁궐로 잠입해 이도를 죽일려는 모종의 계획을 세운다. 1화 첫 장면처럼 속으로 '어쩌고 저쩌고'.. 하지만 과거 아비를 죽인 원흉을 군왕으로 오인하고 있는 거. 그런 가운데 집현전 학사 허담의 죽음을 알게 되고, 자칫 죄를 뒤집어 쓸 뻔하다가 세종의 특단의 조치로 이 미스테리한 사건의 수사를 맞게 되며 4회는 그렇게 갈무리 됐다. '뿌나'가 그 동명의 원작 소설처럼 본격적인 역사 추리물로 내달리게 된 것인데, 그렇다고 '별순검' 같은 건 아닐테고, 이래저래 기대가 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다음 이야기의 예고를 보니, 좌충우돌하는 강채윤 장혁의 계속된 모습에다 드디어 궁궐녀 소이 역에 신세경이 나오면서 눈길을 끌게 돼 남성팬들의 닥본사는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어떻게 말이 없는 연기를 보여줄지 주목되는 가운데, 그래도 누가 뭐래도.. 넘버2가 아닌 넘버원 세종대왕 역에 한석규가 버티고 있어, 꽤 재미난 것은 사실이다. 한껏 무게를 벗어 던지며 얼마나 실용적으로, 다음엔 어떤 거친 입담을 쏟아낼지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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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Real 2011/10/14 10:37 # 답글

    정도전의 신권주장문제는 사실 왕권기반이라는 사실인데.. 드라마에서는 입헌군주국을 이야기해서 오히려 태종의 1차 왕자의 난을 더욱합리화시켰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그야말로 작가가 고도의 정도전까!!!! 인듯하더군요.

    하지만 세종의 저 욕설문제.. 저 개인적으로 정치적 성향문제인지는 몰라도.. 드라마에서 괜히 노무현 전 대통령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보는 내내 긴장을 안할수가 없다는 느낌이었습니다;
  • 엠엘강호 2011/10/14 11:35 #

    물론 정도전의 신권의 확대 해석은 근저에 왕권을 기반으로 한 것이겠지만.. 정도전이 조선 건국 당시 무소불위의 권력자였기에.. 이런 재상 정치의 모델로 나선 격이겠지요.. 드라마가 내건 밀본의 의미도 내가 뿌리 중 뿌리라며 임팩트하게 도전하면서 대결구도로 가는 거.. 뭐.. 태종의 그런 1차 왕자의 난이야.. 역사가 인지하고 있는 부분인지라.. 합리화 보다는 백윤식 색깔의 이방원을 입혀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그나저나 우리 석규 형님.. 어제 나오마자마 저렇게 걸죽하게 포문을 여시더니.. 집현전에 똥 싸러 간 것이냐는 말에 빵 터졌다는.. 뭐.. 기존의 세종과는 다르게 무게를 벗고 좀더 애민하고 슬림하게 현대화시킨 세종 이도가 아닌가 싶네요.. 아무튼 세경 처자도 나오고 계속 기대가 되는 뿌납니다. ~
  • 여강여호 2011/10/14 12:19 # 삭제 답글

    엄한 군주라면 모르겠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세종의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모습이라면
    한석규가 그리 가벼워보이지도 그렇다고 너무 무겁게 느껴지지도 않은 탁월한
    선택이지 싶네요.
    비오는 금요일이 꽤 운치있는 오후입니다.
    건강한 주말 보내십시오.
  • 엠엘강호 2011/10/14 12:40 #

    물론 우리가 기억하는 세종은 그런 군주가 아니지만.. 저렇게 익숙한 욕설은..
    그간 임금이 보여준 모습과는 다르긴 하죠.. 특히 한석규라 더욱 색다르면서 제격이었는데..
    말씀처럼 그렇게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나름 잘 나온 세종 이도.. 앞으로 계속 기대를 해봅니다.

    그럼.. 여강여호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세욤.. ~
  • 위장효과 2011/10/14 13:14 # 답글

    그런데 조선왕조실록읽어보면 세종이나 정조나 모두 욕설에 실시간 말로하는 키배의 달인들이었던 건 확실합니다. 막장 군주 연산군도 연산군일기에 보면 간관들하고 정말 치열하게 키배뜨죠^^;;;.
    성스의 원작 소설인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규장각 각신들의 나날"보면 정조가 그야말로 욕에 억지에 달변에 궤변으로 대신들과 키배뜨는 걸 어떻게든 순화시켜서 기록하는 당시 사관들의 모습이 그대로 나옵니다. 다른 실록들도 사관들이 있는 사실 그대로를 적기는 적되 실제 오고간 대화는 많이 순화시켰죠.
  • 엠엘강호 2011/10/14 20:23 #

    물론 저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만.. 특히 정조는 심환지에게 보냈다는 수많은 어찰이 발견되면서 거기엔 '호로자식' 같은 욕설이 있었다죠.. 이런 내용은 '정조의 비밀편지'에 자세히 나와 있는데.. 그와 관련된 리뷰는 아래의 주소에서 확인요.. ~

    http://mlkangho.egloos.com/10572025

    아무튼 기존 사극에서 보여주는 이미지를 깬 모습으로 나와서 그렇게 언급을 한 것이라 보시면.. 뭐.. 왕도 인간인데.. 맨날 가오만 잡고 있지는 않았겠죠.. 앞으로 한석규의 색다른 '욕세종'을 기대해 봅니다. ㅎ
  • Rychaldus 2011/10/14 14:11 # 답글

    원작을 보고 드라마를 보는 저로써는 달라진 점이 너무 많습니다. 하하하...
  • 엠엘강호 2011/10/14 20:24 #

    그래요.. 수년 전 사놓고 못읽은 원작소설이 썩고 있는데.. 드라마에 맞춰서 꼭 읽어봐야겠네요..
    그런데 그렇게 많이 다르다니.. 참 궁금해집니다. ~
  • ㅋㅋㅋ 2011/10/14 19:31 # 삭제 답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각날게 뭐 있나 싶네요 실제 세종대왕은 고기덕후에 신하들 달달 들볶고 똥물 끼얹고 사직서 따위 깡그리 씹고 욕 많이 하고(하도 욕을 많이 해서 사관들이 임금이 하는 말이 거칠어 실록에 표기할 수 없다 라는 문장이 꽤 나옴)다혈질에 운동 싫어하고 색을 사랑한 분인데ㅋㅋㅋ그동안 세종대왕이 너무 근엄한 이미지로 인식되어 있지 않았나 싶네요 그나마 세종을 실록에 맞게 잘 살린거 같아 기쁜 맘으로 보고 있습니다
  • 엠엘강호 2011/10/14 20:27 #

    그래요.. 실제 세종이 그런 아주 인간적인 분이셨다는 얘기들이 솔찮이 나오면서 환상?을 깼는데.. 기존의 사극 등이 너무 성군으로만 조명하다보니 이런 모습에 낯설어 할지도.. 뭐.. 한석규의 세종 이도가 계속 어떻게 보여줄지 기대해 보죠..
  • 이야타 2011/10/15 21:36 # 답글

    저 죄송하지만 태클 걸려는 건 아니구요^^;; 본문 글 초반에 석규 세종 소개 글에서 " 유도리 있게 " ... 이거 식민지 시절 일본어 잔재가 아닌가 싶은데요;;; 이왕이면 " 융통성 있게 " 로 바꾸시면 엠엘강호님 글 읽기가 더 편할 것 같아요^^;;(뭐 사실 융통성도 한자라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유도리보다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익숙해진 단어인지라)

    뿌리깊은 나무 정말 잼있죠!! ^^* 공남 이후로 볼만한 사극이 바로 나와줘서 사극빠로서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지 몰라용 ㅎㅎ
  • 엠엘강호 2011/10/16 23:38 #

    넵.. 그래요.. 강호식 리뷰의 견지가 표준과 비표준의 절충안?이다보니.. 그냥 느낌 전달차 쓴 것인데.. 뭐.. 느낌이 그러셨다면 고쳐야지요.. 수정했고요.. 아무튼 저도 공남 이후로 재밌게 보고 있는 '뿌나'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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