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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탈' 시대를 뛰어넘은 허영만의 '각시탈' ☞ 북스앤리뷰



인간사의 희노애락을 담아내는 드라마의 원용은 순수 창작에서 나올 수도 있는 비주얼이지만.. 원작이 있는 경우라면 창작의 변용을 꾀한다. 책과 드라마, 드라마와 책, 책과 영화, 영화와 책.. 이 얽히고 설킨 문화적 향유는 서로에게 소스를 제공하며 무한의 이야기를 창조해 주목을 끈다. 그래서 원작이 있는 오랜된 작품은 시대를 뛰어넘는 시대성까지 갖추며 메시지를 던진다. 그런 점에서 이번 '각시탈'은 제대로다. 폭압의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며 우리네 민초들의 항일정신을 투영시킨다. 탈바가지를 쓴 '각시탈'을 통해서.. 그렇다. 그런 각시탈은 오래전 소싯적에 나온 작품이다. 현재 수목극에서 인기리에 방영중인 '각시탈'은 허영만 화백이 28살이 되던 1975년에 발표한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이 만화는 그의 출세작이 되었다.



하지만 만화라서 우습게 보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각시탈'은 힘들었다. 지금도 그런 부모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만화가 학생들의 공부를 방해하는 백해무익한 소일거리란 인식이 강했고, 당시의 고압적인 심의 검열 기관에서 인증을 내주지 않거나 만화를 난도질해 중단시키기 일쑤였다. 젊은 허영만도 이것을 피하지 못하고 자신의 출세작을 중단하기에 이르렀고, 그런 아쉬움을 <각시탈>의 새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항일만화 <쇠퉁소>를 연재하는 것으로 달래기도 했다는 아픔이 서려있다.

그래도 <각시탈>은 인기에 힘입어 장수 시리즈로 나갔다. 30여 권 넘게 이야기는 펼쳐졌다. 지금의 4~50대 중년의 아버지와 삼촌들은 유소년 시절 '각시탈'로 만화를 보기 시작해 그의 만화를 보며 성장했고, 이젠 자녀 세대들과 함께 허영만의 <식객>을 본다. 이것이 허화백 만화의 역사의 시작이자 현재다. 한마디로 시대와 세대를 뛰어넘는 만화계의 '경이로운' 창조자이자, 오랫동안 변함없이 자기 분야에서 한국 만화계의 최고의 스타 작가라 감히 말할 수 있는 이유다. (해학과 풍자가 물씬 풍겼던 故 고우영 화백과 함께..)



그래서 이참에 강호도 질렀다. 저렴한 중고가로.. 아니 지른 것 보다 강호가 태어나던 그 시절에 그 <각시탈> 만화가 어떠했는지 보고 싶어서 컬렉했다. 소장용이자 이른바 아이템이다. 30여 권은 아니지만.. 7가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단행본이다. 그런데 정확히 말해서 이 책은 복각본이다. 당시 젊은 허영만 화백이 1976년 월간지 <우등생>에서 연재한 <각시탈> 중 1화에서 7화를 편집한 것이다. 원고의 원본과 책 출간을 위해 제작한 필름이 보존되어 있지 않아, <우등생>의 부록본을 직접 스캔하여 보정 작업을 거쳐 제작된 책이 바로 현재의 만화다.

그 과정은 각계 각층의 전문가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에서 엄선되고, 작품성과 흥행성에서 모두 인정받은 우리 만화의 명작을 복간하는 『한국만화걸작선』시리즈의 일환이었다. 특히 이번에 연재된 분량 중에는 '각시탈의 탄생 비화' 등을 다루고 있어 더욱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면서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고 당시의 시대상을 나타내기 위해, 오늘날 잘 사용하지 않는 언어라도 대부분 원본에 나오는 그대로 표기하였음을 출판사는 양해를 구하고 있다.



아무튼 허영만의 '각시탈'은 그런 작품이다. 40여 년의 세월을 뛰어넘는 시대성을 반영한 정통의 항일만화라는 점이다. 기실 조국의 강토를 연상하게 되는 '이강토' 캐릭터는 항일정신의 중심에 섰다. 민족의 영웅인 각시탈을 쏘아 죽이고 보니 자기의 친형이었다는 건 알고 죽은 형 대신 각시탈을 쓰고 동분서주하며 일본 압제자들을 처단하는 히어로.. 드라마 상에서도 그렇고 원작의 내용도 이러하다. 그래서 전형적인 의적 영웅 캐릭터의 공식이긴 해도, 시대를 초월하는 이야기의 힘은 그대로다. 대신에 다소 옛날 스타일의 그림체라 어설퍼 보일지 몰라도, 정평이 난 그만의 데생력으로 연출된 태껸의 발차기 동작 등의 묘사는 역시나 발군이라는 평가다.  드라마에서 각시탈의 액션신도 운동감이 넘치게 그리지 않는가..  



이렇게 허영만의 원작만화 '각시탈'은 드라마를 통해서 재조명 받고 있다. 그렇다고 그 인기가 대단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화제거리긴 하다. 그래서 허 화백은 털어놓았다. 그간의 고뇌가 고스란히 책 서두 부분에 '작가의 글'로 자세히 나와 있다. 그것을 그대로 옮겨 본다. 함 읽어보자. (위의 사진이다)

허영만 화백의 출세작 '각시탈', 시대를 뛰어넘는 항일만화로써 회자되다.

"각시탈을 그렸던 것은 1974년 9월이다. 소년 한국도서 신인 만화가 모집에 당선되고 4번째 작품이었다. 작가로 데뷰한 뒤 3년 내에 승부가 나지 않으면 때려치운다는 각오로 시작한지 4개월만에 각시탈이 히트 하면서 허영만이 떠오르기 시작했으니 출세작이었다. 각시탈의 복간이 거론됐다. 옛애인이 보고 싶다고 37년이 지난 뒤 다시 만나면 옛모습의 이미지 마저 회손될테니 그냥 추억속에 묻어두자고 고집 피웠는데 마냥 묻어둘 일도 아니어서 부끄럽게도 복간을 결정했다. 각시탈은 스토리나 고증 확인에 서툰 흔적이 너무 많다. 대사도 그렇고 그림도 매끄럽지 못하다. 패기 하나만으로 버텼던 시절이었다.

당시는 5월이면 남산 어린이 회관에다 만화를 쌓아 놓고 기름을 부어 불태우던 시절이었다. 각시탈이 히로 하면서 탈을 쓰는 만화가 많아 졌다면서 '원조' 각시탈을 중단시킨 도서잡지 윤리위원회가 있었던 시절이었다. 그런 시대에 태어난 만화가 각시탈이었는데 일제 강점기에 대항하는 우리 민족의 얘기였지만 한편으로는 엉터리 사회구조에 '엿 먹어라'고 한방 날리는 그런 만화였다. 세월이 많이 지났다. 만화에 입문한지 45년이 지났고 데뷰한지 37년이 지났다. 13년을 채워 데뷰 50년을 넘기겠다. 욕심대로 되는 일은 없다. 그러나 욕심없이 되는 일도 없다. - 2011년 8월 늦더위를 느끼면서 수서실 허영만.. "



자, 여러 말이 필요없다. 과거 소싯적에 이 만화를 봤던 못봤던 '각시탈'은 나름 화제가 되고 있다. 인기리에 방영중인 드라마 '각시탈'을 통해서 과거의 원작은 다시 빛을 보게 됐다. 그것만으로도 반갑고 환영받을 만하다. 절판된지 오래됐지만, 아직도 만화 팬들의 수집 아이템으로 지금까지 인기가 높은 '각시탈'.. 한국 만화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감 허영만 화백의 출세작이란 점, 7~80년대 항일만화의 대표작이란 점, 현재와 비교해도 전혀 촌스럽거나 지루하지 않고, 남녀노소 누구나 재밌게 볼 수 있는 한국만화의 고전이라는 점에서 <각시탈>은 시대를 아우르는 묘미를 갖추고 있다. 허영만 전설의 명작이 어떻게 그려지며 활약했는지, 드라마 속 '이강토'를 떠올리며 여기 '각시탈'을 통해서 한 번 만나보자. 과거 만화방의 향수가 벌써부터 풍기지 않는가.. ㅎ

각시탈 - 8점
허영만 지음/거북이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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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Wish 2012/06/21 10:36 # 답글

    오오 각시탈!!!

    드라마 재밌게 보고 있는데 원작 만화 출간에 그런 일이 있었다니;ㅁ;
  • 엠엘강호 2012/06/21 11:10 #

    넵.. 단순한 만화로 치부하기엔 시대성이 반영된 만화.. 40여 년 전 작품이라는 게 놀랍죠. 지금 드라마도 탄력 받으며 인기몰이 중인데.. 이참에 이런 원작만화도 한 번 읽어보시길 바라는 마음에 끄적여 봤습니다. ~
  • KAZAMA 2012/06/21 12:01 # 답글

    분명 한국만화도 일본만화처럼 시장을 키울수있었지만 계속된 탄압에 시장이 말살된걸 생각하면...

    한숨만 나옵니다.
  • 엠엘강호 2012/06/21 23:23 #

    그러게 말이죠.. 과거 암울하던 시절엔 웬만한 예술문화들이 거의 탄압을 받았으니.. 특히 만화는 애들 수준의 저급으로 치급되고 그랬으니까요.. 여튼 원작 각시탈 통해서 만화 외적으로 사회적 그 시대성을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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