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시 히어로물답다. 전형적인 구도대로 전개되며 히어로는 어찌저찌해서 가족을 잃고 분연히 일어섰다. 닥치고 복수다. 다른 건 없다. 하지만 정체를 드러내고 하기엔 자신의 상황이 어렵게 됐다. 그러니 낮에는 현직에 몸 담고 밤에는 히어로써 활약해 동분서주한다. 이때 맞은편 적수는 그를 잡기 위해서 그 또한 변신한다. 조직의 브레인이 돼서 그를 잡기 위해서 혈안이 된다. 왜? 그도 가족을 잃었기 때문이다. 지금 인기리에 수목극 '각시탈'이 딱 그런 상황이다. 이강토는 형과 어머니를 눈앞에서 자신의 과오로 잃으며 폭풍오열에 멘붕에 빠졌었고, 기무라 슌지 또한 복수심에 불타 미친 기세로 들이닥친 각시탈을 쓴 강토에게 형 켄지가 죽임을 당했다. 그런 그를 쫓아가 죽일려고 했지만.. 절벽 아래로 낙상하는 것으로 일단락되며 슌지는 괴수 각시탈을 죽인 영웅으로 대서특필됐다. 만약 살아있다면 반드시 죽여야 할 명분이 생긴 것이다. 아버지 타로의 견지대로.. 그게 바로 두 청년의 피할 수 없는 대립구도로 가는 전초전의 씨앗이었다.

둘다 형을 잃은 슬픔에 빠진 막역했던 강토와 슌지.. 이젠 서로가 원수지간이 된 채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고 말았다. 켄지가 강토의 어머니를 죽이고 형은 어긋난 운명 속에서 강토 순에 죽고 집까지 불에 타 모든 게 쑥대밭이 됐으며, 슌지 또한 복수심에 불탄 강토의 손에 형이 죽으며 멘붕에 빠졌다. 아무리 척을 둔 형제지간이라도 가족의 죽음 앞에선 오로지 눈물과 회한만이 남을 뿐이다. 지난 주에 두 남자는 그렇게 제대로 멘붕남이 되었다.

그리고 이강토는 형에 이어서 각시탈을 쓰게 됐다. 당장 복수심으로 모든 걸 끝장내고 싶었지만, 쉽지가 않은 상황이었다. 켄지를 수차례 공격해 정권 한방에 죽이고 나서, 슌지에게 쫓기며 절벽 아래로 추락.. 그렇게 각시탈은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사라지나 싶었지만 역시 히어로는 달랐다. 불사신처럼 살아나 다시 각잡고 대오각성해 강토는 제2대 각시탈로 변모를 다짐한다. '그래 형, 내가 이어서 이 탈바가지를 쓰고 복수를 해주겠어. 일본 압제자들까지 처단할테니 지켜봐 줘.. 흑흑..' 이강토는 그렇게 굳게 결의를 다졌다.

하지만 곧바로 대놓고 활약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일본 앞잡이라도 엄연히 번듯한 직장이 있는 강토였기에.. 좀더 깊숙히 적지에 몸을 담기로 결심한다. 바로 그것이 히어로의 전략인 셈인데.. 이제부턴 조선인 이강토가 아닌 창씨개명으로 일본인 '사토 히로시'로 바꾸며 이중생활의 채비를 준비한다. 그래야 좀더 적에게 신임을 얻으며 정체를 숨길 수 있기 때문일 터. 그렇게 각시탈 강토는 히로시가 되었다.

그리고 히어로에게는 여자가 항상 따르는 법.. 일하는 내내 여흥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 섹시한 스파이로 각시탈을 잡기 위해서 잠입한 키쇼카이 수장의 양딸 채옹주 처자.. 경성에 잘나가는 엔젤클럽에서 '텐프로'로 변신한 그녀는 강토에게 접근해 달콤하면서 짧은 키스를 날린다. 추파를 던진 것으로 보이나, 과거 그녀를 구해주었던 은인이기도 한 강토였기에.. 둘은 그렇게 다시 만났다. 과연 그녀가 각시탈이 된 강토를 제거할 수 있을까.. 쉽지 않아 보인다. 여하튼 한채아 아주 이뻐.. 아니 섹시해.. ㅎ

그나저나 '기무라 슌지' 멘탈리즘이 계속 문제다. 눈앞에서 형이 그렇게 죽었지, 제국의 피를 이어받은 청년이 선생질로 허송세월하는 것도 못마땅한 판에 조선처자 목단이와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제대로 '목단앓이'를 하고 있는데.. 그녀를 위해서라면 모든 걸 던지는 각오로 슌지는 그렇게 목단이를 놓치 못했다. 각시탈을 잡을 미끼로 던져진 이 처자의 운명을 자기가 감내하며 승부수를 던진다. 그녀 때문에 슌지는 변하게 된다. 왜 그녀를 살려야 하니까.. 하지만 목단이의 마음 속에는 각시탈만이 있을 뿐이다. 도련님을 찾아야 돼..

한편, 조일은행 지불유예로 빼돌린 현금탈취 과정에서 은행 직원이 피살당한 사건으로 관내가 어수선했다. 주범은 각시탈.. 하지만 강토는 이게 분명 형이 한 짓이 아님을 백건에게 듣고서 조사에 착수한다. 물타기 수법으로 배후에 제3의 인물이 있음을 거론하며 각시탈은 독고다이가 아니라 테러단체 소속이라는 거짓 정보를 흘리고, 친일파 은행장인 조일은행 조영근의 애첩을 홀려서 정보는 빼내는 등, 나름 첩보활동을 펼친다. (과거 조일은행은 지금 무슨 은행이 됐을까?) 결국 각시탈로 변신해 조영근을 혼이 나가게 패주며 히어로써 첫 스타트를 끊었다.

한편 순지는 결국 아비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더이상 선생님으로 살아가기엔 자신에게 다가온 파고가 크다는 걸 안 슌지는 결단을 내렸다. 소싯적엔 유모를 살리고자 가보를 팔아치우는 등 정신을 못차렸지만, 기무라 가문의 남자로 다시 태어나 대일본 제국에 앞장서겠다는 각오로 아비에게 기회를 달라했다. 대신에 조건이 있었다. 목단이를 해치지 말고 풀어달라는 아주 소소한 희망사항.. 그러면서 그녀를 잊겠다고 다짐한 슌지였다. 그런데 어디 그게 쉽겠는가.. 어쨌든 목단이 때문에 슌지는 제국 경찰로 다시 태어나게 됐다. 그 넘의 사랑이 무언지.. ㅎ

이렇게 해서 슌지는 형에 이어서 종로경찰서 고등계 경무관으로 낙하산 인사로 전격 채용됐다. 역시 아비 타로의 빽이 대단했다. 총경을 그렇게 매수했으니.. 콘로가 강토를 절차대로 앉힐려다가 한방 먹은 셈이다. 어쨌든 슌지와 강토 아니 히로시는 직장상사로 만나게 됐다. 피는 달랐어도 나라는 달랐어도 막역했던 두 우정은 이젠 선을 그으며 나서게 됐다. 그 중심엔 각시탈을 잡는다는 일념이 자리잡고 있지만, 이미 한쪽은 정체를 숨긴 채 이중생활로 접어들었고, 또 한쪽은 제국 경찰의 최일선 선봉에 서며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목단이를 두고 삼각관계 형성은 물론, 이중가면을 쓴 이강토의 첩보적 생활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본격적으로 '히어로' 게임이 돌입한 것으로 슌지와 강토, 이들의 대립각과 대립은 불가피해졌다.
그래, 각시탈 히어로의 본 게임은 이제부터다. ~

PS : 살인게임을 즐겼던 쏘우의 찍소 탈바가지가 은근히 각시탈과 닮아 보이는 건 왜일까.. 아닌가..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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