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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방, 초한지를 한권으로 읽는 심플한 재미 ☞ 북스앤리뷰



대중적인 중국 역사소설의 양대산맥 '삼국지' '초한지'.. 누구나 소싯적엔 물론 지금까지도 계속 읽히는 불멸의 중국 고전소설이 아닐 수 없다. 익숙하게도 국내에 번역되고 갖가지 양식으로 나온 두 종류만 해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물론 삼국지가 더 많긴 하지만서도.. 초한지 또한 만만치 않다. 삼국지의 수많은 인물들과는 다르게, 항우와 유방으로 압축되는 대결 구도 속에서 펼쳐지는 초한대전. 그 속에서 많지도 적지도 않게 알맞은 장수들 라인업과 책사. 그래서 '초한지는 심플하다' 얽히고 설키는 게 없어서 바로 읽힌다. 보통 10권 전후로 나오면 에피소드가 많아지면서 루즈해지기도 하는데.. 여기 '조선을 뒤흔든..' 시리즈와 <정도전>과 <조선 명탐정 정약용> 등으로 역사소설에 일가견이 있는 이수광 저 <장자방>은 딱 한 권짜리다. 한마디로 초한지의 다이제스트판이라 할 수 있다. 일종의 요약본 같은 것인데,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한나라의 걸출한 책사이자 군사(軍師) 장량 '장자방'을 주인공으로 또 그의 시선으로 그려낸 초한지다. 지금도 회자되는 유명한 문구 "나에게 장자방이 있었다면 천하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장자방 말이다. 자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이야기의 시작은 장자방의 어린 시절부터가 아닌 유방이 한나라를 세워 고향땅 패현으로 금의환향하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한마디로 개천에서 용난 케이스.. 이미 한나라를 세운 대업을 이룬 상태로 초한지의 끝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시간을 되돌려 장량의 젊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춘추를 지나 전국시대 말기로 진(秦)나라가 육국을 정벌하는 과정 속에서 장량의 고향인 한(韓)나라가 위급존망에 빠진 상황이 펼쳐진다. 나름 명문가 출신답게 장량은 나라를 구하고자 조나라와 연합해 직접 전투에 참여했으나 포로 신세가 되는 등, 장량의 고생담이 펼쳐진다. 하지만 강성한 진을 이길 순 없는 노릇. 결국 진왕 정(진시황)이 등극하면서 삼진(三晉)에서 분리된 한나라도 백년을 못채우고 멸망하고 만다. 이때부터 장량은 부랑자 신세로 전락, 전국을 떠돌며 칩거에 들어간다.

한편 진왕 정 집권 후 폭정이 이어지자, 그를 시해하려는 무리들 얘기가 펼쳐진다. 연나라로 망명했던 자객 형가와 번오기가 합작해 진시황을 암살하려다 실패한 에피소드와 장량이 여홍이라는 역사를 만나 순행길에서 진시황을 척살하려다 실패한 것까지.. 익숙한 에피소드가 재미나게 펼쳐진다. 이때 장량은 가깝스로 목숨을 부지하고 초나라로 건너가게 되고, 거기서 무협지스럽게 어느 노인 황석공으로부터 비서를 얻어 산속에서 도를 닦으며 수년간 병법 공부에 들어가게 된다. 역시 주인공은 달라.. 그러는 사이 진시황이 만수를 누리지 못하고 죽게 되고, 중국 역사 속 대표적 간신이자 환관 조고에 의해 전횡이 벌어지며 2세황제 호해는 허수아비로 전락. 그 간계에 승상 이사마저 죽게 된다. 이때부터 진나라는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그 유명한(?) 진승과 오광이 반란을 일으키며 새로운 나라 건설에 기치창검을 든다.

여러 제후들이 반란으로 모여들 때 초나라 출신의 항연 장군의 아들 항량과 그의 조카 항우 또한 봉기하면서 역발산기개세 '항우'가 등장한다. 장량은 여전히 떠돌이 신세에서 수년간 칩거하며 통달한 병법가로 변모해 결국 유방의 군사로 발탁되고, 초한지의 두 홍일점 우희와 여치 얘기도 언급돼 본격적으로 이들의 전초전을 예감케 했으니.. 유방의 책사로 장량이 있었다면 항우에겐 노익장을 과시하는 범증이 있었다. 일단 두 세력은 진을 무너뜨리기 위해 연합을 하게 되고, 반란을 일으킨 진승과 오광은 자중지란에 빠져 진나라 토벌군 장한에게 무너지고 이때 항량마저 전사한다. 대장군 장한 포스는 역시 굿. 이때 항우 군대에는 한신이라는 보잘 것 없는 병사가 모습을 드러냈으니 그가 바로 한나라 대장군 그 '한신'이다. 시작은 미흡했으나 끝은 창대했던 한신. 그의 책사 괴통(철)이 그의 인물됨을 보고 훗날을 예고하는데..

진나라 대장군 장한이 버티는 토벌군과 항우 군대가 거록전투에서 일대 혈전을 벌이며 항우가 장한을 이기면서 투항케 만들고, 진나라를 끝까지 말아드신 환관 조고와 호해도 죽게 되면서, 부소의 아들 자영이 그 자리를 물려받는다. 하지만 이미 진나라의 국운은 기울대로 기운 상태. 초나라 재건의 기치로 나선 초회왕이 건넨 그 유명한 일화 중 하나, 항우와 유방에게 둘 중 관중에 먼저 입성하는 자에게 왕으로 봉한다는 미션이 주어지며 그 상황이 펼쳐진다. 기록처럼 유방이 먼저 입성했으나, 항우의 무서운 기세를 꺽을 수 없어 유방은 전전긍긍, 홍문의 회에서 만나 용서를 빌며 죽을 뻔한 위기를 벗어나게 된다. 이때 정말 범증의 계략대로 유방을 제거했다면 이후 중국 역사는 어떻게 됐을까. 참, 다시 봐도 재미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ㅎ

1장 장자방이 전쟁에서 돌아오고 천하에 피바람이 불다.
2장 자객 형가가 시황을 암살하려고 하다.
3장 동해의 장사가 박랑사의 모래를 피로 물들이다.
4장 장자방이 요희를 만나고 시황이 죽다.
5장 항우가 우미인을 만나고 유방이 여후와 혼인하다.
6장 유방이 장자방을 만나 책사로 삼다.
7장 천하제일의 명장 한신이 항우를 찾아오다.
8장 거록에서 항우가 장한을 격파하다.
9장 홍문지연에서 장자방과 범증이 대결하다.
10장 괴통이 천하삼분지략을 논하다.
11장 항우가 전설이 되고 유방이 한나라를 세우다.
12장 살구꽃은 3월에 피고 국화꽃은 9월에 핀다.


결국 항우의 초군이 진나라까지 멸망시키며 그는 위풍당당한 초패왕으로 등극하고, 유방은 척박한 촉땅으로 쫓겨나 한왕에 봉해지면서 한신이 전면에 등장한다. 동네 왈패들 앞에서 다리 사이를 기었던 그 한량 한신이 항우의 군대에서 병사로 있다가 빛을 못 보고, 이리저리 고생하다가 장자방의 눈부신 천거로 일약 대장군으로 발탁. 한신은 그렇게 유방의 군대 최대 통솔권자가 되었다. 이렇게 해서 항우와 유방으로 압축되는 맞대결이 펼쳐지는 가운데, 그 유명한 팽성전투에서 유방의 군대는 방심하면서 대패하고 만다. 이후 한신이 전면에 나선 대활약 속에 조나라를 치고 제나라까지 접수해 가왕에 봉해지는 등, 한신의 명성은 유방을 위협할 정도로 높아져만 갔다. 장자방이 이 점을 간파해 우려스럽다며 앞일을 예견하고, '초한대전'이 막바지로 치닫으며 기세가 한풀 꺽인 초군은 성보에서 대패하고 만다. 이에 유방의 군대가 기세가 꺽인 항우의 군대를 계속 몰아치자 물러나기 바빴던 항우는 결국 오강에서 자결하며 생을 마감한다. 역발산기개세는 그렇게 유방과 자웅을 겨루며 위세를 떨쳤지만, 나라를 재건하지 못하고 8년 만에 무너지고 만 것이다.

이후 한나라를 세운 한고조 유방의 논공행상이 펼쳐지면서 결국 황제까지 위협할 세력 한신을 두려워한 나머지, 황후 여치에 의해서 한신은 척살되고 말았으니, 그 유명한 '토사구팽'의 주인공이 된 한신이었다. 이를 두고 인생무상 씁쓸함을 안고 애초부터 봉읍을 받을 생각이 없었던 장자방은 유방 켵을 홀연히 떠나고 만다. 이야기 내내 언급한 그림 속 전설의 선녀 '요희'와 함께.. 유방은 장자방이 남기고 간 그 그림을 보며 "장자방이 선계로 갔구나" 이것이 역사소설 장자방 속 장량의 최후 모습이다.

보시다시피, 이 책은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우리에게 익숙한 '초한지'의 축소판이나 다름없다. 많게는 10권, 보통은 5~6권으로, 때론 한권으로도 많이 나온 초한지이지만, 이렇게 책사 '장자방'을 전면에 내세운 엑기스 중심의 역사소설이라 할 수 있다. 그가 유방에게 몸을 맡기 전 어떻게 고생했고, 결국 유방의 군사가 돼서 항우와 혈전을 벌이며 한신과 함께 초한대전을 펼쳤는지, 종국엔 "봄 매화와 가을 국화는 때가 다르다"는 말을 남기며 나그네처럼 사라졌는지, 물 흐르듯이 막힘없이 심플하게 전개돼 읽는 내내 재미를 부여했다. 특히나 처음 보는 고사성어들도 간혹 언급해 지적 호기심까지 자극하며 눈길을 끌었다. 역시 여러 말이 필요없다. 설마 초한지를 아직도 모르시는가.. 그렇다면 항우와 유방의 맞대결 속 '장자방' 그를 통해서 여기 한 권짜리 '초한지'를 만나보자. 역시 초한지는 삼국지와 다르게 심플한 맛이 있어 좋다. 그게 초한지의 매력이다. ~

장자방 - 8점
이수광 지음/책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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