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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천재 이태백, 루저표 '식상한' 석세스 드라마 ☞ 한국드라마



한국 드라마는 막장스럽게 다루는 재주를 타고 나면서도 '성장형' 스토리에 익숙하다. 바닥에서 시작해 정상에 오르는, 이 멋진 한판승은 드라마의 소재감으로 주목을 끌기에 제격이다. 특히 여주인공이 맡으면 이른바 캔디형으로 초지일관하는 게 이 바닥 불문율일 정도로 익숙하다 못해 사골이 나올 정도. 뭐, 열심히 사는 캔디형 루저가 위너가 되니 얼마나 알흡답고 감동적이겠는가..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심어주는 요즈음 유행처럼 '힐링'으로 다가올지도. 그런데 현실은 더욱 냉혹하다. 드라마처럼 블링블링하지 않다. 주인공은 시간이 지나고 극이 전개되면서 짜여진 각본대로 위너가 될 뿐, 그렇게 감정이입이 배제된 채 작위된 힐링은 감동 선사는커녕 그냥 코미디일 뿐이다. 새롭게 론칭된 <학교 2013> 후속 KBS2 월화드라마 <광고천재 이태백> 얘기다. 물론, 이 드라마가 코미디는 아니다. 1회부터 유쾌한 기운이 전체적으로 발산되지만, 루저가 위너가 되는 감동적인 석세스 스토리라고 보기좋게 써놓은 기획의도가 좀 욱길 뿐.. ;;



영화판에서 선굵은(?) 동네 깡패연기 전문 배우처럼 보이는 '진구'가 오랜만에 브라운관에서 남자 주인공을 맡았다. 어르신들이라면 잘 모를 정도로 네임밸류가 좀 딸리는 배우라서 이번 주연 캐스팅은 의외다. (그 과정에서 어떤 배우가 고사했을까?!) 어쨌든 이번엔 남자 캔디형이다. 캔디가 여자가 아니라서 색다르게 보일지 몰라도, 남자가 하든 여자가 하는 도찐개찐이다. 대신에 여긴 실화를 바탕으로 한 룰모델이 있단다. 지방대 출신의 별 볼 일 없는 간판쟁이였던 실존인물 '이제석'이 광고판에 들어와 세계 유수의 국제 광고제를 석권, 광고인으로 성공하는 실제 스토리를 담은 에세이 ‘광고천재 이제석’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라는 설명이다. 이쪽에 관심이 없으면 모를 이제석 인물을 모델삼아 강철멘탈의 광고천재 이태백으로 각색해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불어 넣고자 한다는 제작진의 착한 기획의도까지. 그래서 '이십대 태반이 백수'를 가리키는 중의적인 이름 '이태백'을 쓴 것인가? 당나라 시대 그 유명한 이태백이 아니고..



드라마의 제왕 속 주인공 '앤서니 킴'이 첫 포문을 보기좋게 "드라마는 시간과의 싸움이자 비니지스다"로 자신만이 견지한 드라마개론학을 펼치더니, 여기 이태백도 마찬가지. "광고는 도시가 내뿜는 산소다"를 시작으로 하루종일 어느 매체를 통하든 광고를 접하고 사는 도시민들의 세태를 말하며, 결국 "광고는 공해고 예술이며, 누군가에겐 꿈이다"로 포문을 근사하게 열었다. 지방 삼류대 시각디자인학과 중퇴해 각종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할머니, 여동생과 함께 어렵게 살아가고 있지만 웃음과 꿈만은 잃지 않고 살아가는 이시대 건강한 캔디청년 이태백. 어떠한 상황에서도 기죽지 않고 살아가는, 비록 간판쟁이로 근근히 먹고 살지만 이른바 88만원 세대를 대표하는 건강 멘탈의 소유자로 그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좀더 근사한 광고회사 금산애드에 취직을 준비중인 상황이 그려지며, 그 회사의 카피라이터 인턴사원 백지윤과 첫 대면이 발빠르게 전개됐다. 두 남녀 주인공이 길거리에서 사고로 만나는 건 이젠 식상하지 않는가. 그리고 그 회사에 우연찮게 만나면서 "아.. 당신은.." 드라마 속 불편한 진실이 따로 없다. 그렇게 둘은 새롭게 론칭된 자동차 광고판을 세로로 달라는 지시로 위험천만한 조우를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암벽타기가 취미라도 여자가 대뜸, 맨몸에 줄타고 내려가서 광고를 달 수 있남.. ;; 익숙하게도 백지윤은 여자 캔디다. <동이>에서 단아했던 인현왕후는 이젠 잊혀진지 오래. 언제부터인가, 박하선은 그 고운 얼굴 타입과는 다르게 허당끼 만발의 순수처자 이미지로 굳혀지며 주목을 끌고 있다.



흥행에 실패한 영화 <음치클리닉>에서도 그렇게 나오더니, 여기 드라마도 그렇다. 일개 인턴의 카피라이터 생활이지만, 그녀도 원대한 꿈이 있다. 그렇게 어렵게 살진 않지만,(실은 출생의 비밀이 있는 부자집 딸내미일지도..) 광고계에서 일선의 밑바닥 생활을 하며 직장상사이자 매력만점의 캐리어우먼 '고아리'처럼 되는 게 꿈일지도. 그런데 남다른 육감적 몸매를 아직도 과시하는 한채영이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나와 반가운 일이긴 해도, 여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박하선이다. (상전벽해가 따로 없네 그려..) 여하튼 스타성이 다소 낮은 진구와 박하선, 이 둘의 조합이 어떤 시너지를 이끌지, 그 광고회사에서 '아이디어' 싸움을 가지고 어떻게 좌충우돌하며 제대로 광고쟁이가 될지 드라마 이태백이 그려낼 직관적 포인트다.

하지만 드라마의 소재도 그렇고 전개 과정은 사실 참신한 건 없어 보인다. 옆동네 수목드라마 '7급공무원' 국정원에서도 주원과 최강희는 사랑놀이 중이고, 여기선 광고를 만들고 깨지면서 그 넘의 몹쓸 사랑놀이 또한 진행될 게 뻔하다. 진구의 옛애인으로 나오는 한채영 포지션과 이를 두고 각축을 벌일 박하선, 그리고 이들을 지켜보며 움찔한 조현재 캐릭터가 딱 그렇다. 1회에서 인상깊은 대사가 있었다. 금산애드 대표 역을 맡은 애드강이 말했다. "광고가 식상하면 사형선고와 같다"라고. 독특하고 참신함이 떨어지는 그건 광고가 아닌, 그냥 카피같은 복사 수준의 답습일 뿐이다. 루저가 위너가 되는 성공형 스토리기에 더욱 그 식상함에 가깝게 느껴지는 위험성도 내포돼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재밌게 연출돼 다른 측면을 부각시킬 수도 있겠으나, 일견 회사생활을 다루는 샐러리맨 이야기라는 점에선 어쩔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일지도..

어쨌든 광고천재 '이태백'은 식상한 광고를 떨쳐낼 각오로 참신함을 보여줘야 한다. 광고 만들면서 옥신각신 아이디어 훔치기도 주요하게 그릴테고, 그 과정에서 진정한 광고쟁이로 변모되는 두 루저표 이태백과 백지윤이 전면에 나서며 매회 눈길을 끌 것이다. 이 둘을 제대로 응원할 수 있게 혹은 레알 와닿게 그려야할 대목으로, 나름 재밌게 잘만 포장하면 이 드라마 중박은 하지 않을까 싶다. 동시간대 '마의'의 수성이 오래되는 상황 속에서 '야왕'은 막장스럽게 악녀로 변신한 수애와 처절하게 내몰린 권상우의 처지 등 여전히 스타성이 관록을 과시하고 있어, '광고천재 이태백'의 흥행몰이가 여의치 않은 것도 사실. 그래도 예견된 식상함을 벗고 크로에이티브함이 살아있는 광고 속 진짜 이야기를 그리길 주목해 본다. 진정한 위너로서 광고쟁이가 무엇인지를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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