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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커, 성장과 금기에 관한 매혹적인 잔혹동화 ☞ 영화이야기



그가 돌아왔다. '복수' 시리즈 삼부작에 이은 장편으로 따지면 <박쥐>로부터 4년만의 귀환이다. 그래서 더욱 반갑고 기다려졌던 '박찬욱' 감독. 그만의 미장센과 아집의 연출력이 돋보이게 오락과 작품성 사이를 저울질하면서도 메시지와 반전을 던져주는 데 주저하지 않는 영화적 열정은 이번에도 투영되며 주목을 끌었다. 한국과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그가 만들지 않았다면 흔한 외국배우들이 나오는 외국영화가 됐을텐데.. '박찬욱 감독' 연출작이라는 네임밸류 때문이라도 영화 <스토커>는 개봉 전부터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만의 작품이기에 같은 그림이라도 다르겠지 하는 일종의 기대심리와 이번엔 어떤 파격과 반전을 제공할지, 아니면 얼마나 깔끄장한 비주얼을 선사하며 눈살을 찌푸리게 할지 등, 관객들을 보기 전부터 설레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스토커>는 이런 걸 충족시켜준다. 다만 그 양과 질에 있어서 완벽하기 보다는 웬지 모자르게 채우듯 매혹적으로 다가오며 진한 여운을 남긴다. 엔딩만 보더라도 각인될 정도로, 18세 소녀 '인디아'가 중심에서 그렇게 내달린다. 삼촌과 엄마 사이에서 묘한 신경전을 벌이며 자신이 가둔 성안에서 자라고 탈출한다. 그것도 잔혹하게...

18살 생일, 아빠가 죽고 삼촌이 찾아왔다. 전세계를 사로잡을 매혹적인 스릴러가 온다!

18살 생일날 갑작스런 사고로 아빠를 잃은 소녀 인디아(미아 바시코브스카). 그녀 앞에 존재조차 몰랐던 삼촌 찰리(매튜 구드)가 찾아온다. 남편의 죽음으로 신경이 곤두서있던 인디아의 엄마 이블린(니콜 키드먼)은 젊고 다정한 찰리에게 호감을 느끼며 반갑게 맞아주고 인디아는 자신에게 친절한 삼촌 찰리를 경계하면서도 점점 더 그에게 이끌린다. 매력적이지만 수수께끼 같은 존재인 찰리의 등장으로 스토커가(家)에 묘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인디아 주변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기 시작하고 인디아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한 충격적인 비밀들이 드러나는데... 



18살 소녀 '인디아'의 아빠가 여행 중 사고를 당해 죽었다. 슬픔과 오열로 뒤범벅이 될 장례식은 분위기만 싸하게 감돌 뿐 평상시와 같다. 그런데 그날 밤 삼촌 '찰리'가 찾아왔다. 존재조차 몰랐던 그의 출현으로 인디아는 불안하다. 낯선 사람을 대하듯 차갑고도 냉냉한 조우. 하지만 엄마 '이블린'은 그와 오래전에 만난 사람처럼 살갑게 대하며 나중엔 애정행각까지 벌인다. 인디아는 그런 광경까지 목격하며 '깜놀'. 그안에 갇힌 성(性)이 눈을 뜬 건지, 삼촌이 남자로 보이기 시작한 것일까? 그는 정말 아빠의 동생일까? 형제라면 어떤 형제였을까? 등, 인디아는 이 유령같은 삼촌의 존재로 심경이 복잡해진다. 급기야, 집안일을 보던 가정부와 장례식 후 찾아온 고모할머니까지, 찰리에 관해 뭔가를 발설하려고 했던 인물들이 모녀 주변에서 사라지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인디아는 삼촌의 뒤를 캐는 추적자가 되는 것일까. 아니다. 찰리의 수상한 행적을 눈치채고도 입을 꼭 다물고, 도리어 비밀을 통해서 그와 연결되고 소유하는 쪽을 택한다. 무서운 '인디아'다. 종국엔 파국으로 치닫을지라도, 인디아는 그렇게 자신을 가둔 성 안에서 탈출을 시도한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영화 <스토커>는 메인 포스터를 보더라도 두 성인 사이에 낀 훌쩍 커버린 소녀에 초점을 맞추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마치 어른스런 소녀를 관찰대상으로 지목해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좇는다. 처음부터 수상하고 유별난 소녀 '인디아'. 영화 도입부에서 차를 멈춘 아스팔트 길을 가로질러 무언가 의미심장한 독백을 쏟아내며 자신만의 어떤 우월감을 표출한다. 이 장면은 영화의 엔딩과 연결되는 것으로, 반전 아닌 반전을 제시하며 몽환적인 음악과 함께 매혹적인 엔딩신으로 다가오게 만들었다. 사실 '스토커'는 가족영화다. 대신에 가족의 상처를 치유하고 갈등을 극복하며 화해하는 그런 따스한 드라마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뭐,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기에 그렇게 보지도 않겠지만서도.. 일종의 가족형 미스터리 스릴러 무비다. 그 중심엔 세 사람의 미묘한 신경전이 주를 이루며 주목을 끄는 방식이다. 인디아와 이블린, 찰리와 이블린, 인디아와 찰리로 대표되는 엄마와 딸 그리고 삼촌이 욕망스럽게 아슬아슬한 삼각편대를 이루며 전체적으로 관통한다.

매혹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 인디아의 성장과 금기된 잔혹동화 '스토커' 

찰리는 인디아에게 "친구가 되어 줄게", 인디아는 "왜 나한테 잘해줘요?", 이블린은 "인디아, 넌 도대체.. 누구니?"로 대변되는 이 구도는 세 인물의 캐릭터를 그대로 구현해 낸다. 훈남과 섹시가이를 오가는 찰리 역에 '매트 구드'는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묘한 긴장감을 영화내내 선사했고, 이런 찰리에게 빠져든 형수 이블린 역에 '니콜 키드먼'은 헐리웃 유명 배우의 명성답게 그녀의 관록이 묻어나는 팜므파탈적 기운과 욕구불만의 히스테리컬한 여성상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대신에 영화적 비중은 떨어진 편) 이런 찰리와 이블린 사이에서 공황장애 비슷하게 충격파가 다가오며 스스로 파격을 내던진 '인디아' 역에 '미아 바시코브스카'. 러시아 이름스러운 89년생 신예는 한국 관객들에게 낯선 배우이긴해도, 조니뎁과 함께 출연한 10년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기억한다면 그리 낯선 것도 아니다. 그 판타지동화 속 앨리스가 그대로 투영되듯, 여기 인디아도 동화 속 공주처럼 분전한다. 엄마와는 데면하게 대저택에서 나홀로 놀기 신공으로 살아오다가, 삼촌의 급작스런 등장으로 스스로 가둬버린 성안에서 눈을 띄고 여왕이 되가는 '인디아'. 그녀가 주인공일 수밖에 없는 포지션이다.

그래서 '스토커'는 인디아의 성장영화처럼 다가온다. 18살 생일에 닥친 의문스런 아빠의 죽음, 그것을 역추적해 가며 복수를 꿈꾸는 이른바 액션소녀의 활약상이 아닌, 관류하듯 질풍노도의 소녀성을 그대로 담아내는데 의외로(?) 천착한다. 그 매개체는 바로 찰리 삼촌. 환상처럼 다가온 그와 함께 피아노의 과격한 선율에 흥건히 젖고 만 인디아. 그 어떤 섹슈얼리티를 뛰어넘는 미장센이다. 엄마와 삼촌의 격한 딥키스에 몸둘바를 모르고 숲속으로 뛰쳐가 동네 청년과 정사를 나누려다 실패한 장면 또한, 그 미완의 성적 흥분을 감추지 못한 인디아는 성년으로 이행하기 위해 나아갈 뿐이다. 그 과정에서 삼촌의 존재는 조력자이자 파괴할 대상으로 변모돼 자신만의 잔혹동화를 완성시킨다. 바로 소녀의 성장과 터부라는 관점에서, 즉 금기된 근친애적 상황 묘사와 함께 사건 자체가 아니라 사건들 사이의 흐르는 미묘한 미스터리 분위기로 일관된 영화인 것이다. 이 지점에서 박찬욱 감독의 연출력은 빛을 발한다. 리들리 스콧 제작과 <프리즌 브레이크> 웬트워스 밀러 소위 '석호필'이 각본을 쓰면서 더욱 화제가 된 것은 물론이요, 박찬욱 특유의 미장센은 이번에도 감각적인 영상과 정밀한 색감과 묘사 등을 통해서 특유의 몰입감을 제공했다.

또한 교차편집을 통해서 현실과 과거, 꿈과 현실 등이 환각처럼 간결하게 결을 탄다. 단순히 장면 전환이 아닌, 스타일스럽게 묻어난 '정정훈' 촬영감독의 공일지도. 그 지점의 장소로 대변된 어떤 시대성과 지역성을 제거하고 3인 가족을 대저택에 몰아넣으며 그려낸 배경들이 한몫했다. 지역으로부터 고립돼 보이는 적막한 대저택, 동화처럼 꾸며진 정원 들판과 주요 소품들 활용이 그랬다. 이것들이 어우려져 만들어진 노골적인 상징성을 띤 이미지들은 잔혹동화의 기운을 한껏 불어 넣으며 내면의 어두운 충동까지 끄집어냈으니,<스토커>매혹적인 이미지와 서사로 점철됐다 할 수 있다. 갑자기 터지는 파열음과 후반으로 갈수록 파격으로 치닫는 긴장감은 시의적절한 음악과 어우러져 짧은 90여분을 부지불식간에 활용, 완벽하게 다가온 매력적인 스릴러는 아니지만 세 배우의 연기력과 매혹적인 연출만으로도 박찬욱 감독다운 '인장'은 그대로 묻어난 영화인 것이다. 그 매무새가 걸작이든 아니든, 충분히 화제가 될 만하다. 다만 호불호의 지점이 '열광'과 '취향'의 차이일지라도.. 18세 소녀 인디아의 매혹 속으로 빠져보자. 그녀는 외국판 친절한 금자씨가 될 공산이 커 보인다. :)

메인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80465&mid=19829#tab



ps : '스토커'의 주제가가 엔딩신에서 나오는데.. 인디아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노랫말과 영상이 아닐까.
다시 한 번 보고 싶당.. ㅎ

주제가 영상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80465&mid=19037#t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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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ㄴㅁㅇㄹ 2013/02/28 12:19 # 삭제 답글

    포스터가 좀 의미심장한 거같네여
    실제로 보면
    딸년의 키가 두 연놈의 어깨에 걸쳐있는데
    비쳐보이는 면으로 보면 조금 더 자라있네
    대체 무슨 의도일까?
  • 엠엘강호 2013/02/28 12:31 #

    국내판 말고.. 맨 아래 해외판 포스터 얘기인가요.. 그러고 보니 그런 의도가 보이는 게..
    인디아.. 이젠 넌, 더이상 소녀가 아니란다.. ㅎ
  • 스누피 2013/02/28 12:21 # 답글

    정말 기대되는 평입니다.
  • 엠엘강호 2013/02/28 12:38 #

    영화 자체가 개봉 전부터 워낙 화제작인지라.. 기대가 될 수밖에 없죠. 대신 기대치가 크면 실망도 큰지라, 내려놓고 보시면 나름 괜찮습니다. 여튼 박찬욱 감독 스타일은 그대로 묻어났지만, 전작들 보다는 스무스한 잔혹동화로 포장된(?) 느낌이랄까요. 글고 뭐, 이런 평이야.. 참고사항일 뿐이죠.. ~
  • 행인 2013/02/28 13:27 # 삭제 답글

    매혹적인 미쟝센을 뽑아내시는데 너무 치중하신듯..
    오늘 조조로 기대하면서 봤다가 대실망하고 갑니다^^
  • 엠엘강호 2013/02/28 20:09 #

    그 매혹과 잔혹의 경계를 타듯 박찬욱만의 미장센은 외국영화임에도 그대로 반영되면서 역시나.. 근데 이게 과했다면 그렇게 느끼실수도 있겠지요. 밋밋한 연출은 아니기에.. 여튼 이번에도 호불호가 갈릴지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 유쾌한상상 2013/02/28 14:01 # 삭제 답글

    오늘 개봉인가 그렇죠? 관심이 많기는한데...
    과연 어떨지...
  • 엠엘강호 2013/02/28 20:16 #

    네. 정식 개봉일은 28일.. 근데 워낙 화제작이라 인기테크를 타면서 전날 밤부터 개봉했었죠. 그래서 전 부리나케 달려가서 봤었다는.. 여튼 화제작인만큼 챙겨 보실만은 합니다.
  • 몽몽이 2013/02/28 22:51 # 답글

    보고는 싶은데 뭔가 엄청 긴장하면서 한 장면 한 장면 꼼꼼히 봐야 할 것 같네요.
    그런 부담감 주는 영화... 결국은 안 보게 되는 영화.
  • 엠엘강호 2013/03/02 10:12 #

    박찬욱 스타일의 영화라 주요 장면마다 상징과 은유가 포진돼 있습니다만.. 긴장하면서 볼 필요까지야..
    여튼 열광과 취향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화제작이라 끌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영화가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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