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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서사, 내 심장을 쏴라 VS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 북스앤리뷰



국내소설 분야에서 정유정 작가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2년 전 <7년의 밤>까지 해도, 이 정도의 반향을 일으킬지는 작가 스스로도 몰랐던 것일까. 최근에 신작 <28>까지 내놓으면서 새롭게 조명된, 하지만 그 이전부터 각종 문학상을 석권하며, 비소설가 출신임에도 가장 소설다운 이야기를 풀어내 주목 받은 정유정 작가. 예기치 못한 사고로 궁지로 몰린 군상들의 심리 스릴러 '7년의 밤'과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재난으로 무간지옥이 되버린 도시의 사투를 그린 본격 재난소설 '28'이 한창 화두다. 그런데 여기선 그의 과거 초기 수상작이라 할만한 두 개의 소설을 가지고 얘기를 해본다. 스릴과 재난이 아닌, 드라마적 양상으로 풀어낸 우리시대 청춘의 방황과 성장을 그린 '청춘의 서사'가 관통한다는 점에서 닮았다. 하나는 2007년에 나온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이며, 또 하나는 2009년에 나온 <내 심장을 쏴라>다. 제목의 느낌도 서로 비슷해 보이는 게 정유정 작가에게 '청춘'은 어떤 것이었을까.



“정신병원의 시계에는 숫자판이 없다. 허구, 망상, 환각, 기억, 꿈, 혼돈, 공포 따위의 이름들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시간은 바다처럼 존재하고 사람들은 폐허의 바다를 표류하는 유령선이다.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어디쯤에 있는가, 어디로 가는가, 하는 것들은 알 길이 없다. 의미가 없다. 자신이 서 있는 지점과 시간의 흐름이 곧 삶의 되는 곳은 반대편 세상뿐이다. 미래가 있는 인간들이 사는 곳, 시계의 숫자판이 의미를 가진 세상. 승민을 미치게 하는 시간은 그쪽 세상의 시계에서 소모되는 시간이었다. 오래전 신이 내게서 거둬 가버린 시간이었다. 어쩌면 애당초 주지 않았을지도 모를 시간이었다. 그러므로 내가 할 일은 잠이나 퍼질러 자는 것이었다.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아온 놈, 나와는 다른 시계를 가진 놈, 그런 놈이 미치든 말든, 시간이 없든 말든.”

“미쳐서 갇힌 자와 갇혀서 미쳐가는 자”

소설 <내 심장을 쏴라>는 정신병원에 갇힌 두 남자의 탈출기를 그린 이야기다. '정신병원' 배경과 소재가 관통하고 관류하며 이야기의 중심에 서 있다. 일견 정신병원 이라해서 무언가 스릴 만점의 사이코드라마를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본 소설은 '감동과 휴먼'이라는 코드를 내재한 채 간간히 배치된 블랙유머를 구사하면서 20대 중반의 두 청년을 전면에 내세운다. 한쪽은 강제로 입원, 또 한쪽은 사고로 입원, 그 속에는 갖가지 사연을 가진 군상들을 배치시켜 오롯이 정신병원의 일상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텍스트 자체는 도입부터 매끄럽게 읽히지 않는다. 강한 흡인력은 고사하고 독자를 처음부터 확 끌어들이는 매력은 어디에도 찾을 수가 없다. 그냥 행동과 상황묘사로 일관하며 문체부터가 정체된 느낌이다. 기승전결의 전형적인 구도에서도 기에서 바로 전개만 있을 뿐, 어떤 절정도 없이 맥없이 귀결되는 수순으로 그려낸 정신병원 탈출기일 뿐이다.

"뜨거운 감동과 생에 대한 각성이 꿈틀대며, 희망에 대한 끈을 다시 움켜잡게 만드는 마력이 깃든 작품!"이라는 평가가 나에겐 때꾼해 보인다. 감동과 희망에 대한 끈을 정신병원 소재에서 찾아내는 그 능력이 대단해 보일 정도. '거듭 탈출을 꿈꾸고 또 시도하지만 늘 그 자리에 머무는 일상에 대한 은유'라는 표현도 문학상 수상에 걸맞은 호사에 가깝다. 잘 읽히지 않고 오롯이 정신병원에 갇혀 버린 캐릭터와 이야기의 구조는 몰입감을 선사하는 데 태부족하다. 적어도 이후에 나온 <7년의 밤><28>의 대중성은 물론 퀼리티 면에서도 떨어진 느낌이다. 한 순간에 나락으로 몰린 사람의 이야기와 바이러스 재난에 맞닿은 개와 사람의 사투, 그리고 정신병원에 갇힌 두 남자의 이야기는 묘한 대비감을 일으키며 본 소설을 침잠시켜 버린 것이다. 이야기 속 이수명과 차승민은 20대 청춘의 방황으로 대표되지만, 정신병원이라는 소재 때문에 관계와 입지의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측면도 있다. 트라우마에 갇힌 전형성도 그렇고, 그 속에서 삶의 희망을 얘기하는 수순 또한 빤해 보인다. 청춘의 서사를 정신병원이라는 특수한 공간과 소재로 풀어냈지만, 내 심장을 쏠 정도로 임팩트가 모자란 소설이 아니었을까. (물론 다르게 본 이도 있을지다)



지금 서른일곱이 된 주인공이자 화자인 준호(나)는 22년 전 열다섯 소년 시절이었던 1986년 8월 14일 밤의 어느 기억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서른아홉의 엄마가 네 살 어린 총각 사진작가와 그것도 임신 넉 달째의 몸으로 재혼하자 준호는 마음이 심란하기만 하다.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 때 집을 나간 뒤 죽었는지 살았는지 생사 여부조차 모르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마음 한가득 남아 있는 준호에겐 자기를 둘러싼 이 모든 상황이 숨이 막힐 듯 답답하다. 그래서 어디론가 떠나고 마음뿐. 그러던 중 준호는 절친한 친구 규환이로부터 규환이 형에게 여권과 차비 등을 전달해 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규환이의 형은 경·검찰의 수배를 받고 있는 운동권의 전설적인 핵심 인물.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받는 규환이 가족 대신 준호는 형이 해외로 도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전라남도 신안 임자도까지 가야 한다. 비록 공권력의 눈을 피해야 하는 무시무시한 여행이지만 준호의 마음은 이미 모험 속으로 달려 들어간다.

여행의 시작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일단 규환이 말대로 밤 12시에 광주로 출발하는 막걸리 공장의 트럭에 올라탄 준호는 거기서 뜻밖에도 막걸리 공장 사장 아들 승주와 마주친다. 거기다 가정폭력을 일삼는 개장수 아빠를 피해 도망친 동네 친구 정아가 느닷없이 트럭에 올라타고, 개장수와 함께 정아를 쫓던 도베르만 종의 루스벨트가 함께 한다. 마지막으로 어디서 나타났는지 알 수 없는 마치 모세처럼 보이는 할아버지까지 트럭에 올라타면서 여행은 초반부터 개판이다! 과연 이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이하 생략) 시간이 흘러 이때의 기억은 추억으로 남으며 소설가가 된 준호는 이 모든 이야기를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본 이야기는 1인칭 화자 ‘나’로 대변된 15살 소년의 추억이자 모험담 같은 거다. 20여 년 전, 1980년대가 관통하는 시대는 도시적인 사회상이 아닌 시골의 거칠면서도 목가적인 풍경을 담고 있다. 소위 ‘산 넘고 바다 건너서’처럼 서울을 벗어나 남도로 내려가는 여정을 일대 모험의 장으로 변모시키며 주목을 끈다. 한마디로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는 상당히 재밌다. 위의 '내심장' 보다 단언컨대 도입부터 술술 읽히는 게 보장한다. 20대가 아닌, 15세 두 소년과 소녀, 그리고 할아버지와 난폭한 개가 등장하는 다섯 군상의 이야기는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는 여행담으로 천착된다. 친구 규환의 요청으로 저 아래 남도까지 가게 된 주인공 준호의 1인칭 시점으로 거침없는 입담을 과시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혼자만 계획했던 일에 두 친구와 할아버지 그리고 미친 개까지 가세하면서 이들의 여정은 수난의 연속이다. 숲속은 물론 산속의 외진 길과 인적이 드문 길만 골라가는 수난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어느 날 갑자기 낯선 세상으로 뛰어든 열다섯 살 세 애송이들이 펼치는 ‘개판’ 여행이라는 문구가 탁 맞아 떨어질 정도로, 청룡열차를 탄 것 같은 속도감 있는 문체와 유머 가득 담긴 입담 속에 펼쳐지는 십대들의 풋풋한 사랑과 그 비밀스러운 성장 이야기가 관류하고 있는 것이다.

“네 고래는 안녕하니?”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는 청춘의 방황과 성장을 그린 서사, 그것도 십대 시절의 이야기란 점에서 순수하고 풋풋한 감정을 품고 있는 소설이다. 다만, 주인공 준호를 비롯해 그와 대립각을 세우는 승주, 소녀 정아의 캐릭터는 저마다 아픔과 사연을 가지고 있다. 부모의 지나친 간섭과 가정폭력, 그리고 이혼과 재혼 등, 흔하면서도 쉽지 않은 이들의 가정환경은 일종의 성장통으로 관류하는 지점이다. 여기에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 수상한 할아버지의 정체는 여행길의 길라잡이자 인생의 조력자로 기능한다. 또 난폭한 개 '루스벨트'까지 동행하면서 기차도 버스도 타지 못한 끝없는 수난길을 걷는 장치로 활용된다. 일종의 모험소설로 볼 수 있는 영화로는 로드무비가 될 수 있는,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을 선사하는 근원적인 재미가 서려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정유정 작가 특유의 익살스럽고 재치 넘치는 필치가 자연스럽게 묻어나며 주인공 준호를 남몰래 응원케 만들기도 한다. 2007년 초기작으로 제1회 세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위명에 걸맞는 청춘소설로써, 서사가 때묻지 않게 시대의 배경까지 아우르며 도시를 벗어난 목가적인 느낌으로 완성된 한 편의 청춘 드라마인 것이다. 특히, 80년대에 십대 시절을 보낸 이들에게 더욱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강호처럼~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 8점
정유정 지음/비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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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아침의전령 2013/07/30 17:04 # 답글

    '내 심장'만 봤는데, 평에 공감합니다. 장편이 아니라 중편 정도였으면 조금 더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 엠엘강호 2013/07/31 01:12 #

    '내 심장을 쏴라'는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한 소재와 청춘의 서사가 틀안에 꽁꽁 묶인 느낌.. 더군다나 도입부터 잘 읽히지도 않고, 은근히 내용도 쓸데없이? 길죠. 차라리 호사를 떤 감동과 휴먼 코드가 아닌, 본격 사이코드라마로 그리는 게 더 재미가 있을 듯. 대신 '내인스캠'은 청춘 성장소설로써 재미는 확실히 보장하죠.
  • 찡웅 2014/10/02 21:57 # 삭제 답글

    전 내심장을쏴라 처음 도입부분을 제외하고는 가독성자체는 매우좋았다고생각하는데; 정말 한편에 영화를 보는것처럼 술술 읽히던데요. 오히려 저같은경우 28이 여려면에 내심장보다는 매우 낮게평가되어야 된다고생각됩니다. 내심장은 정말 처음 몇 페이지만 참고 본다면 그 다음부터는 한편의 영화를보는것처럼 술술읽혀지던데 행동과 상황묘사도 매우 뛰어나서 가독성자체가 정말 좋은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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